文다큐 본 前비서관, 후회 안하나 묻자 “가슴 뛰는 일 했잖아”

이혜진 기자 2023. 5. 16. 14: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성제 전 MBC 사장, 아내 정혜승 전 靑비서관과 다큐 ‘문재인입니다’ 관람 소감
정 전 비서관이 만든 靑국민청원은 논란 끝 지난해 폐지
박성제 전 MBC 사장, 정혜승 전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 /연합뉴스, 페이스북 캡처

“다큐 ‘문재인입니다’를 보는 내내 아내(정혜승 전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박성제 전 MBC 사장이 아내인 정 전 비서관과 함께 다큐 ‘문재인입니다’를 관람한 소감을 전했다. 정 전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을 만들고 운영했으나 이 국민청원은 논란 끝에 결국 폐지됐다.

박 전 사장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주말에 아내와 함께 다큐멘터리 ‘문재인입니다’를 봤다”며 “문 전 대통령의 공과를 파고들기보다는 그의 일하는 스타일과 ‘고구마’로 상징되는 성품의 이런저런 면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영화”라고 했다.

박 전 사장은 “극장 안에서 나는 스크린에 집중하지 못하고 옆자리 아내의 얼굴을 자꾸 흘끔흘끔 쳐다봤다”며 정 전 비서관과 문재인 정부의 인연을 전하는 데 대부분 분량을 할애했다.

박 전 사장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이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 자리를 제안받은 것은 2017년 5월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던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였다. 뉴미디어 비서관은 온라인 대국민 소통과 홍보를 담당하는 자리로, 국민청원 시스템을 만드는 역할까지 주어졌다고 한다. 신문기자 출신이었던 정 전 비서관은 2008년 다음으로 이직한 후 부사장으로 승진해 이른바 ‘IT 업계의 잘 나가는 여성 임원’으로 불리고 있었다고 한다.

박 전 사장은 아내의 청와대행을 별로 찬성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청와대 비서관은 보통 2년쯤 일하다 교체되는 것이 관행이고, 청와대를 나온 뒤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기 때문이었다. 정 전 비서관이 평소 정치에도 뜻이 없었기에 박 전 사장은 ‘반대표’를 던졌다고 한다.

박 전 사장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듯 보였던 정 전 비서관은 며칠 뒤 산책을 하며 불쑥 “청와대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정 전 비서관은 “내가 문재인이라는 사람을 잘 몰라서 처음에는 거절하려고 했는데 어떤 사람인지 알아 보고 싶어서 그분이 쓴 책 ‘운명’을 읽었다”며 “노무현, 문재인 두 대통령의 삶이 너무 가슴 아프게 와닿더라. 두 분은 이렇게 평생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는데, 내가 판교에서 잘나가는 임원으로 사는 게 뭔가 아니다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영찬 의원의 ‘가슴 뛰는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말도 정 전 비서관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고 한다.

박 전 사장은 정 전 비서관에 대해 “아내는 인생의 중요한 선택의 순간을 마주했을 때, 언제나 눈앞의 이익보다는 옳은 길이 뭔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2007년 내가 선배들의 권유에 못이겨 MBC 노조위원장에 출마할까 고민할 때 아내는 ‘해야 한다면 하라’고 했다. 결국 그 선택 때문에 이명박 정권에서 해고됐을 때도 ‘걱정 말라’고 응원했다. 해직 이후 공방에서 취미로 스피커를 만들다가 아예 창업을 하겠다고 하자 ‘하고 싶다면 하라’며 지지해줬다”고 했다.

‘대통령을 돕고 싶다’며 정 전 비서관의 눈이 반짝이는 걸 보면서 박 전 사장은 결국 찬성했고, 정 전 비서관은 뉴미디어 비서관이 되어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정 전 비서관은 석 달 뒤 ‘청와대 국민청원’을 만들어냈다. 박 전 사장은 국민청원을 두고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컨셉으로 청와대 참모나, 장관들이 직접 출연해서 답변하는 방식은 큰 화제를 부르며 민심을 읽는 바로미터가 됐다. 정권교체와 함께 잊힌 제도가 됐지만”이라고 했다.

박 전 사장이 극장을 나서는 길에 정 전 비서관을 향해 ‘저 양반의 비서관으로 일했던 것, 후회하지 않아?’라고 물으니 정 전 비서관이 웃으며 ‘가슴 뛰는 일을 했잖아’라고 답했다고 한다.

박 전 사장은 정 전 비서관의 근황에 대해 “청와대를 나온 뒤 아내는 내 예상대로 기업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대신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고, 책을 쓰며 살고 있다”며 “지난 대선 때 여러 캠프에서 다양한 제안이 있었지만 모두 사양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뉴스1

◇부작용 컸던 청와대 국민청원

문재인 정부 시절 새로 만들어 운영했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당초 취지와 달리 세대결 양상으로 흐르면서 청원 기능보다는 정치 기능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개인의 허위 주장이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노출되거나 민원성 글도 쏟아지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처리 기한에 법적 근거가 없었고 20만회 동의된 건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답변해 대다수 민원이 사장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약 111만건의 청원이 접수됐지만 20만명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답변율이 0.026%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에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문재인 정부가 운영했던 ‘청와대 국민청원’을 폐지하고 이를 대체할 ‘국민제안’을 새로 개설해 새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