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7만원 받고 애 낳겠나"... 자녀장려금 확대 등 세법개정 추진

(서울=뉴스1) = 사진은 서울 시내 병원의 신생아실 모습.(뉴스1 DB) 2021.8.26/뉴스1

정부가 올해 세법개정을 통해 자녀장려금 상한을 연간 80만원에서 높이고 지급 요건도 완화하는 등 출산 장려 대책을 추진한다. 세금 납부 시 회사 경비로 인정되는 근로자 양육 지원 관련 항목도 구체화한다.

하지만 이들 대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최저인 우리나라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보다 파격적인 세제지원을 주문하고 있지만 경기둔화에 따른 세수 부족 등 재정 부담이 적잖다.

16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오는 7월 발표하는 '세법개정안'에 출산 장려를 위한 세제 지원책을 담는다.

정부는 자녀장려금 지급 확대와 지급 요건 완화를 검토 중이다. 자녀장려금은 18세 미만 자녀를 양육하는 저소득 가구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부부 합산 연소득 4000만원 미만, 재산 2억4000만원 미만 가구에 한해 한 명당 연간 최대 8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최대 지급액은 현행 80만원보다 10% 이상 오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달에 7만원이 채 안되는 장려금으로 출산률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올해의 경우 최대 지급액이 지난해 70만원에서 대비 10% 넘게 상향됐다.

소득 요건도 가구 중위소득보다 현저히 낮아 조정될 여지가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월평균 중위소득(소득수준으로 나열했을 때 중간값)은 2인 가구 기준 345만6155원, 3인 가구 기준은 443만4816만원이다. 자녀 한 명을 둔 부부 가구가 비중이 높은 3인 가구 기준으로 연 소득은 5322만원으로 자녀장려금 지급기준인 4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세법개정안에 기업이 근로자의 출산이나 보육을 지원할 경우 경비로 인정해주는 방안도 담긴다. 현행 세법상 △사내 행사비 △경조사비 △직장 어린이집 운영비 등은 세금 납부 시 경비 처리가 가능하다. 여기에 회사가 양육지원 관련 비용 등을 경비 처리 항목으로 구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자녀장려금 확대 수준 등은 개편안은 아직 검토 중인 사안"이라며 "정해진 게 명확히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책들은 지난 3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내놓은 대책을 구체화한 것이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지난달 '제1차 중장기 조세정책심의원회'에서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해 청년 세대의 출산과 양육을 지원·장려할 수 있는 가족 친화적 세제 지원 과제들을 지속해서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들로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우리나라 출산율이 오를지 의문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8명으로 전년보다 0.03명 줄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OECD 국가중 출산율 최하위다.

국회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책들이 거론되는 이유다. 가령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받는 출산이나 6세 이하 보육 관련 급여의 비과세 한도를 자녀 한 명당 월 1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세제 혜택 확대 방안 검토'에서 △혼인 등 비용에 대한 증여세 비과세 특례 도입 △총급여 8000만원 이하 근로자의 혼인 시 1인당 100만원 세액공제 등을 대책을 제시했다.

문제는 출산 장려를 위한 대대적인 세제지원책을 펴기에 재정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경기둔화 등에 따른 세수 손실 우려가 워낙 커서다. 지난 1분기(1~3월) 국세수입은 전년동기 대비 24조원 줄어들었다. 올해 '상저하저(上低下低)' 흐름이 우려되는 가운데 내년 세수 흐름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