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중 "가짜뉴스 규제 시행령으로 가능…들여다 보는 중"
"야당과 소통…가짜뉴스 입장 다르지 않을 것"
"민주당 추진한 언론중재법도 다시 보고 있다"
국민의힘, 가짜뉴스 논평 85건, 사흘에 한 번 꼴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박성중 의원이 가짜뉴스 대책 마련을 위해 법 개정이 아니어도 시행령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며 현재 가능한 방안을 들여다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야당과도 소통할 것이며 과거 민주당이 추진했던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가짜뉴스에 대한 여권의 전방위적 규제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현재까지 85건의 민주당과 언론을 향한 가짜뉴스 비판 논평을 냈다. 주말을 제외하면 사흘에 한 번 꼴로 가짜뉴스가 문제에 열을 올렸다는 의미다.
국회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16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미디어오늘 기자와 만나 가짜뉴스 대책에 관한 구상을 이같이 밝혔다. 박 의원은 가짜뉴스 대책을 두고 “아직 특별한 것은 없다”면서도 '가짜뉴스 대책 필요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박 의원은 “가짜뉴스 관련해서 야당과 잘 의사소통해서, 어차피 야당도 가짜뉴스는 다르지 않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법 개정을 통해 가짜뉴스 규제 대책을 만드느냐는 질의에 박 의원은 “옛날에 언론중재법 관련해서 지금 야당이 추진했던게 있잖느냐. 같이 한 번 보고 (있다)”며 “지금 가짜뉴스는 집행부서가 방통위가 돼야 하는데, 방통위원장이 저래 돼 있으니까, 우리가 하더라도 우리는 입밖에 없잖아요. 뭔가 구체적인 추진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야당이 다수당이라 법 추진이 어렵다는 뜻인지'를 묻자 박 의원은 “법으로 하는 건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그 외에 시행령이라든지 하는 건 얼마든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시행령을 통한 방안 마련도) 한번 들여다 보고는 있다”고 밝혔다. 시행령을 통한 가짜뉴스 규제 방안이 무엇이냐는 질의에는 “그건 나중에 얘기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과거 2년 전만해도 국민의힘이 언론중재법을 언론재갈법이라며 거센 반대투쟁에 나선 것과 모순되는 태도다. '예전엔 반대했는데, 여당이 되니까 추진하느냐'는 질의에 박 의원은 “예전에 반대한 적 없다”며 “중재법은 엄청난 손해배상 청구액이랑 (3배에서) 5배 이상 (배상책임을 묻게 한) 이런 거에 대한 반대지 가짜뉴스 자체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세계 어느 나라도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 부분은 있어야 한다”며 “세계 각국이 아직 해법을 못 찾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고 다른 나라도 추진하고 있는데, 아직 최적의 대안이랄까 이런 관계는 서로 모색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도 이런 세계 경향을 잘 보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자유나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가치인데 그에 반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박 의원은 “그건 매번 나오는 얘기 아니냐”며 “그 부분도 당연히 (중요한) 가치죠. 다만 가짜뉴스가 아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지) 자기 마음대로 가짜(뉴스)로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정상적인 뉴스를 가지고 팩트를 가지고 얘기해야지, 팩트도 아닌 것 갖고 막 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권력자가 정상적인 비판보도조차도 정치적 반대 입장에서 가짜라고 할 수가 있으니까 그런 차원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을 두고 박 의원은 “그런 판단은 판단기관이 해야겠다”며 “그건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조만간 추진하는 것인지를 두고 박 의원은 “아니다. 아직 조금더 보고 있다”고 답했다.
당내에서도 법무부의 규정을 만들어 처벌하라는 목소리가 일부 나오기도 했다. 전국청년 지방의원협의회는 지난 11일 '가짜뉴스 엄벌에 처해야'라는 입장문을 냈는데, 일부 단체에서 의도적 왜곡 및 조작이 있는 뉴스 30개를 발표한 것을 소개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가짜뉴스를 근절시키려면 가짜뉴스를 만들고 유포시키는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며 “법무부에서는 처벌 규정을 제대로 만들어서 엄벌에 처해주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가짜뉴스 대책 수립 움직임 이전에도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민주당과 일부 언론의 보도에 가짜뉴스라고 비판하는 논평이나 발언을 자주 쏟아냈다. 미디어오늘이 지난해 5월10일 윤 대통령 취임이후 16일 현재까지 국민의힘 대변인단과 미디어국, 미디어위원회 등이 발표한 논평과 당 대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 공식 발언 중에 '가짜뉴스'를 거론하며 비판한 내역을 분석해보니 지난 1년여 동안 모두 85건의 논평과 지도부 발언에 가짜뉴스 비판이 등장했다.
그 비판의 대상은 민주당이 64건으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그밖에는 언론사였는데, MBC가 7건,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5건, 더탐사가 3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KBS JTBC 네이버 유튜브 한상혁 기타가 각각 1건씩이었다.
국민의힘 민주당에게 '가짜뉴스'라고 논평한 내용을 유형별로 보면, △김의겸 의원의 청담동 술자리 발언 12건 △지난 3~4월 한일한미정상회담 8건 △지방선거 관련 8건 △장경태 캄보디아 조명 6건 △천공 관저이전 개입 5건 △이태원참사 관련 5건 △김의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4건 △박홍근 원내교섭단체 발언 2건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 2건 △서영교 의원 전투화 예산삭감액 발언 2건 △기타 11건 등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와 윤석열 대통령 또는 대통령실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0일 가짜뉴스를 사회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는 '악성 정보 전염병'으로 규정해 '가짜뉴스 퇴치 TF' 기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를 위해 △언론진흥재단에 '가짜뉴스 신고상담센터' 설치 운영 △악성 정보전염병 퇴치를 위한 범정부 대응시스템 구축 △정보유통 플랫폼과 협력해 정보유통 시장 건강성 회복 △서울대저널리즘스쿨·싱크탱크 준비위원회와 협의 “AI 가짜뉴스 감지시스템” 개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등을 실시하겠다고 제시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제 63주년 419 기념식 연설에서 “지금 세계는 허위 선동, 가짜뉴스, 협박, 폭력, 선동이 진실과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기반해야 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하고 위협하고 있다”며 “이러한 거짓과 위장에 절대 속아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 뒤 하룻만에 나온 얘기다. 윤 대통령은 이어 열흘만인 지난달 28일 미국 국빈방문 중 미 상하원 의회 연설에서 “세계 도처에서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로 대표되는 반지성주의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법의 지배마저 흔들고 있다”고 밝히는 등 동일한 내용을 강조했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발언의 배경은 △MBC의 바이든 날리면 욕설 논란 보도와 그에 이은 지속된 MBC와 갈등 △천공의 대통령 관저 선정 개입 보도 등이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순방을 다녀온 후 바이든 날리면 사건 이후 윤 대통령이 직접적인 해명을 하지 않은채 정치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 MBC를 대통령 전용기에도 태우지 않아 언론과 갈등이 폭발했다. 결국 윤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8일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에서 MBC 전용기 탑승배제를 두고 “한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악의적인 행태를 보여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말하자 이기주 MBC 기자가 “MBC가 뭐를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 뭐가 악의적이에요”라고 반박했다. 이후 이기정 대통령실 비서관과 이 기자가 거친 언쟁을 벌였다. 이 일로 대통령과 도어스테핑은 사실상 종료됐고, 언론과의 소통은 현재까지 사라진 상태다.
또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이 “대통령실 및 관저 이전 과정에서 천공이 경호처장과 함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미리 둘러봤고, 이후 대통령 관저가 한남동 외교공관으로 바뀌었다”고 한 발언을 두고 대통령실이 가짜뉴스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생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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