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란트, 레전드 스토리의 하이라이트가 부족하다

김종수 2023. 5. 1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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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존슨의 LA 레이커스, 래리 버드의 보스턴 셀틱스, 아이재이아 토마스의 디트로이트 피스톤즈,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 하킴 올라주원의 휴스턴 로케츠, 팀 던컨의 샌안토니오 스퍼드, 스테판 커리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등 한시대를 풍미한 레전드를 언급하면 바로바로 함께 언급되는 팀들이 있다. 팀 스포츠의 특성상 농구라는 종목에서 개인과 팀은 서로 떼어놓고 다룰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물론 리그를 좌지우지한 선수중에는 프랜차이즈 스타 혹은 원클럽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시로 전력의 이합진산이 이뤄지는 가운데 한팀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는 선수보다는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케이스가 훨씬 많다. 꼭 기대에 못미치거나 팀에서 핵심자원으로 분류하지않아서만도 아니다.


충분히 잘하는데도 서로간 손이익에 따라 이동이 발생할 수 있으며 영향력이 엄청난 선수가 스스로 팀을 결정하며 움직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역대로 찾아보면 샤킬 오닐, 르브론 제임스 등이 대표적이다. ‘공룡센터’로 불렸던 오닐은 이런저런 이유로인해 팀을 옮겨다녔는데 한창때 기준으로 그러한 과정에서 주체가 되는 핵심은 바로 본인이었다. 많은 팀들이 오닐을 원했기 때문이다.


르브론은 아예 프랜차이즈 스타와는 다른 개념의 트랜드를 만들어낸 선수로 꼽힌다. 팀을 옮길 때마다 본인이 이런저런 상황에 관여했는데 그 과정에서 새로운 팀의 전력에 대한 설계까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른바 미리 ‘슈퍼팀’을 만들거나 구상해놓고 움직였다. 이러한 르브론의 행동은 이후 상당수 스타급 선수들이 비슷하게 따라하게 되는데 언제부터인가 리그에서 프랜차이즈급 스타들의 숫자가 확 줄어버리는 이유중 하나로 작용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샤킬 오닐하면 레이커스 왕조가 떠오르듯 슈퍼스타 기준으로 그러한 선수들마저 본인의 커리어에서 대표가 될만한 팀이 하나둘씩은 있다. 르브론이 대단한 것은 옮겨다니는 팀마다 나름대로의 족적을 남겼다는 사실이다. 클리블랜드에서 데뷔한 르브론은 마이애미를 거쳐 다시 클리블랜드로 돌아왔고 현재는 레이커스에 둥지를 튼 상태다.


선수생활동안 총 3팀에서 뛰고있는데 놀랍게도 모두 소속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잦은 준우승, 슈퍼팀 결성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리고있지만 그런 부분을 감안해도 몸담았던 모든 팀을 우승으로 이끈 것은 충분히 높은 평가를 할만하다. 특히 좋지않게 떠났던 클리블랜드로 복귀해 우승을 만들어낸 것은 '신의 한수'였다. 자신에게 안좋은 감정을 가지고있던 클리블랜드 팬들의 마음을 돌려놓은 것을 비롯 본인의 개인 스토리 역시 더욱 흥미롭고 풍요롭게 꾸밀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KD' 케빈 듀란트(34‧208cm) 여러모로 아쉬운게 많은 캐릭터다. 그는 실력에 비해 주인공 혹은 에이스 이미지가 강하지 않은 편이다. 어떤 팀의 에이스와 겨뤄도 밀리지않는 기량의 소유자로 인정받고 있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에이스, 리더로서 이름이 높지않은 상황이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레전드급 선수로서의 스토리 부족 거기에 더해 뭔가를 끝까지 책임지려는 마인드 부족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레지 밀러, 존 스탁턴 등이 무관임에도 계속해서 회자되는 이유는 끝까지 자신의 팀에 남아서 우승을 위해 노력하고 도전했다는 부분이다. 원클럽맨, 프랜차이즈 스타가 선수 커리어의 모든 것을 가르는 요소는 아니겠으나 해당 선수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해당팀 팬들에게 남다른 사랑을 받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차세대 프랜차이즈 스타로 기대를 모았던 듀란트는 우승에 실패하기 무섭게 라이벌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로 둥지를 옮겼다. 당시 오클라호마시티는 여전히 가능성이 많은 팀이었던지라 너무 급하게 이적했다는 의견도 많았다. 물론 팀과 특정한 부분에서 서로 맞지않아 새로운 도전을 결심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하필 우승후보팀으로 건너가서 다소 수월하게 2회 우승과 2회 파이널 MVP를 얻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의 목소리도 크다.


다소 팀과 겉도는 느낌을 주던 듀란트는 카이리 어빙, 제임스 하든과 브루클린에서 ’슈퍼팀‘을 결성해 새로운 스토리를 꿈꿨지만 모래알 조직력만 보여주며 기대했던 동행은 대실패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소재와 출연배우들의 면면은 화려했으나 제대로 개봉되지도 못한채 막을 내려버린 블록버스터 영화를 연상케했다. 스토리는 탄탄했지만 배우들은 최선을 다하지않았고 스탭들도 지쳐갔다. 갖은 사건 사고 혹은 불화가 이어지며 나중에는 제작사도 지쳐버렸다.


보통 이런 경우 자신을 믿어준 팀에 대한 예의도 있고 본인의 자존심도 걸려있고해서 이전 소속팀에서 다시금 이를 악물고 명예회복을 하는 경우가 많다. 듀란트는 달랐다. 남아서 자존심을 지키기보다는 또 다른 우승후보 피닉스 선즈로의 이적을 선택했다. 1번 크리스 폴(37‧183cm), 2번 데빈 부커(26‧196cm), 5번 디안드레 에이튼(24‧211cm) 등 각 포지션별로 쟁쟁한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특히 부커는 새로운 득점머신으로 떠오르며 듀란트와의 ’쌍포‘를 기대케했다.


결과적으로 니콜라 요키치가 이끄는 덴버에 격침당하며 ’듀란트 스토리‘는 이번에도 풀리지않았다. 주인공 자리를 부커에게 넘기다시피하면서 최선을 다했지만 폴의 부상, 얇은 선수층으로 인한 체력전에서의 열세 등 이런저런 이유가 겹치며 고배를 마셨다. 순수하게 개인의 기량만 따진다면 듀란트는 커리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선수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르브론보다도 크게 꿀릴게없다.


하지만 커리는 특유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본인도 많은 득점을 하면서 동료들도 잘살려 결과적으로 팀을 강하게 만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르브론 또한 어느 팀으로 가도 자신이 중심일만큼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반면 듀란트는 동료들을 코트 안팎에서 잘 다독이며 팀을 하나로 만드는 부드러운 리더십도, ‘나를 따르라’하며 선두에서 전투력을 끓어올리는 돌격대장으로서의 모습도 제대로 보여주지못하고 있다. 경기후 성적만보면 남부러울 것 없어보임에도 계속해서 팀성적에서 한계를 노출하고있는 이유다.


앞서 언급한데로 추후에도 계속해서 회자될 레전드급 선수들은 각기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듀란트는 그런점에서 여러모로 아쉽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서는 스토리가 만들어지다 말았고 골든스테이트에서는 만들어진 스토리의 한페이지에 기록되었을 뿐이다. 브루클린에서는 스토리도 만들어지기 전에 판을 엎어버렸다.


30대 중반의 듀란트에게 이제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르브론처럼 롱런하지 말란 법도 없지만 천하의 르브론조차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금씩 전성기에서 내려오고있는 모습이다. 듀란트로서는 주인공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때 스토리의 중심에 설 필요가 있다. 무관의 피닉스는 듀란트처럼 스토리가 절실한 팀이다. 절치부심한 듀란트가 다음 시즌에야말로 파이널 서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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