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간호법 거부권'에…與 "당연한 선택" vs 野 "독선적 정권 보여줘"

與 "시행 땐 의료 시스템 붕괴…민주당 정치적 셈법만"
野 "국민 뜻에 따라 재투표 할것…입법권 철저히 무시"

대한간호협회 회원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눈물을 닦고 있다. 2023.5.1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김경민 신윤하 기자 = 여야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자 엇갈린 평가를 했다. 국민의힘은 "불가피하고 당연한 선택"이라고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뜻을 거부한 것"이라며 재투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간호법 재의 요구에 대해 "의료체제를 무너뜨리고 보건 의료계 갈등을 유발하는 법률안에 대한 불가피하고 당연한 선택"이라며 "이 법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의료 협업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간호법은) 말로는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지만 처우 개선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껍데기 법안"이라며 "오로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료계를 갈라치기해서 46만 간호사의 표심을 얻고, 극단적 갈등의 책임은 정부여당에게 떠넘기겠다는 정치적 셈법만 남아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일방 처리한 간호법을 13개 보건의료단체가 왜 반대하겠냐"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행동은 그 어떤 방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계가 두 쪽으로 갈라져 극심한 갈등과 혼란 빠지게 된 데는 부작용이 뻔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의석수로 밀어붙인 거대야당 때문"이라며 "더 이상의 파국은 막아야 한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오로지 국민 건강만을 생각하며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국민을 거부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국민의 뜻에 따라 국회에서 재투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더는 민생을 내팽개치지 말라, 더는 국민을 분열시키지 말라, 국민 통합의 결단을 내리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며 "하지만 윤 대통령은 기어이 '국민과 맞서는 길'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본인 입맛에 맞지 않는 법에 대해 계속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독선적인 정권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 일동은 규탄문을 통해 "간호법은 신종 감염병 대응과 치료 돌봄, 요양 등 국민에 보다 폭넓은 간호 혜택 제공하기 위해 여야가 모두 함께 발의한 법이고 국회에서 오랜 기간 정당 논의 절차를 거쳐 통과된 법"이라며 "그럼에도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입법권을 철저히 무시한 행태"라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20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간호법안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간호 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며 취임 후 두 번째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간호법 제정안은 의료법에서 간호사 관련 내용을 분리해 간호사와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를 정하고 간호사의 근무 환경 및 처우를 개선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한편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간호법 재의 요구에 대해 "표결 문제를 비롯해서 표결 시점, 표결 이전에 양당 간에 법안 관련 논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교감해보겠다"고 했다.

중재안 협상에 대해선 "아직까지 민주당과 간호협회에서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brigh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