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블리자드 인수 ‘EU 승인’에 한고비 넘겼지만 난관 여전

마이크로소프트 로고. 연합뉴스 자료사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유럽에서 687억 달러(약 90조1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이하 블리자드) 인수를 위한 고비를 한 단계 넘었다. 다만 남은 난관이 적지 않아 여전히 최종 인수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5일(현지시간) MS의 게임업체 블리자드 인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이 MS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라이센스 협약을 수정하겠다는 MS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MS가 제시한 반독점 우려 해소 방안을 수용해 블리자드를 인수해도 관련 분야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EU 집행위는 “MS가 클라우드 게임 영역에서 반독점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제시했다”며 “방안은 이용자가 구매한 블리자드 게임을 모든 클라우드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스트리밍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S는 지난해 초 블리자드 인수를 발표했다. 이는 IT(정보기술) 산업 역사상 최고액으로, MS 역사에서 링크드인(260억 달러)을 넘은 최대 규모의 기업 인수다.

MS는 비디오게임 콘솔인 엑스박스(Xbox), 게임 구독 서비스, 클라우드 기반 게임 구독 서비스 등을 판매하고 있다. 블리자드를 인수하면 중국의 텐센트(텅쉰), 일본의 소니 그룹에 이어 세계 3위 게임업체가 된다.

MS가 블리자드 인수를 완료하려면 영국과 미국, EU 등의 규제 당국 승인을 받아야 한다. EU 승인에도 MS로선 블리자드 인수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난달 말 영국의 반독점 규제기관 경쟁시장청(CMA)은 MS의 블리자드 인수거래를 불허했다. MS가 ‘콜 오브 듀티’와 ‘오버워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중요한 게임 콘텐츠의 통제권을 갖게 되면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 MS 지위가 더 유리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MS와 블리자드는 항소 방침을 밝혔지만, 영국에서 반독점 결정에 항소해 성공한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라 사델 CMA 청장은 EU 결정에 대해 “EU의 결정을 인정하고 존중하지만, CMA는 우리의 결정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리암 딘 분석가는 “항소에서도 안되면 MS는 계약을 파기하거나, 아니면 영국을 별도 시장으로 개척해야 한다”며 “영국을 별도로 개척한다는 것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지난해 12월 MS의 블리자드 인수로 게임 시장의 경쟁 약화가 우려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FTC는 “MS는 이미 게임 경쟁사들의 콘텐츠를 억제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이에 MS가 역동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게임 시장의 경쟁을 해치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고 소송 제기 이유를 설명했다. FTC가 제기한 소송은 오는 8월부터 시작된다.

한국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MS의 블리자드 인수를 이달 중 승인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일부 시정조치를 달아 조건부로 인수·합병(M&A)을 승인하거나 조건 없이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작년 4월 MS의 신고를 받아 게임 개발·배급 및 유통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는지 심사해왔다.

앞서 일본은 지난 3월 자국 기업인 소니의 반발에도 실질적으로 경쟁이 제한될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각국 규제 당국의 판단이 엇갈리는 것은 자국 게임 시장에서 MS의 지위와 블리자드 게임의 인기 정도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