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반송 요망[편파적인 씨네리뷰]
■편파적인 한줄평 : 반송 사유, 재미 분실.
재미가 분실됐다. 그것 하나 받아보려고 월 1만3500원을 결제했는데, 택배 상자를 받아보니 딱 ‘재미’만 분실됐다. 어쩔 수 없다. 이번 택배는 반송이다.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시리즈 ‘택배기사’(감독 조의석)다.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김우빈)과 난민 ‘사월’(강유석)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동명의 웹툰을 각색했고, 김우빈, 강유석, 송승헌, 이솜 등이 출연해 6부작 에피소드를 완성한다.
‘2071년 산소호흡기 없이 살 수 없는 한반도엔 신 계급주의가 들어선다’는 세계관은 흥미로우나 이를 구체화하는 이야기의 힘이 많이 약하다. 유토피아를 꿈꾸는 ‘5-8’과 난민 출신 택배기사 지망생 ‘사월’의 관계성은 기존 작품에서 답습한 것처럼 기시감 짙다. 붕 뜬 사월의 캐릭터성 때문에 그의 성장기도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또한 천명그룹 ‘류석’(송승헌)으로 대표되는 안타고니스트는 매우 단편적이고 매력적이지 못해 갈등은 촘촘하지 않고 긴장감도 높지 않다.
4회가 지나도록 지루한 느낌을 벗어내지 못한다. 그나마 ‘택배기사 선발대회’로 액션의 쾌감을 선사하긴 하지만 거기서 끝이다. ‘사월’이 기회를 다시 얻는 과정이 너무나도 손쉽게 그려지고, 보는 이도 맥이 빠진다. 엔딩도 세련되지 못하게 그려진다. 이런 엔딩을 보기 위해 5시간 이상을 참아냈다는 것에 허무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이처럼 속도감을 쟁취하지 못한 ‘택배기사’는 ‘디스토피아물이 대한민국에선 흥행하기 어렵다’는 설을 또 돌파하지 못하게 됐다.
그럼에도 김우빈은 멋있다. ‘5-8’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그의 동굴 같은 목소리와 거대한 어깨선이 매력적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절감케 해준다. 김우빈을 보는 재미로 그나마 1, 2화를 버티는 이도 있을 터다.
강유석은 신예임에도 제 몫을 해낸다. 도드라지는 연기력은 아니지만 안정적으로 무게감을 버텨낸다.
송승헌은 다소 아쉽다. 일차원적인 ‘류석’을 표현하기 쉽지 않았겠지만, 악역으로서 반전 매력도 보여주지 못해 ‘하나마나 한 도전’으로 기록될 듯 하다. 넷플릭스서 스트리밍 중.
■고구마지수 : 1.5개
■수면제지수 : 3.2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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