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부터 '차정숙'까지, JTBC는 어떻게 옛 영광을 되찾았나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이태원 클라쓰>와 <부부의 세계>로 마지막 영광을 누렸던 JTBC 드라마가 다시 감을 되찾고 있다. 2022년의 마지막 텐트폴이었던 <재벌집 막내아들>의 홈런 이후(만루홈런이 될 뻔하다가 마지막에 파울행이 됐지만) 이어 <대행사>와 <신성한 이혼>이 2루타 정도의 꽤 괜찮은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현재 방영 중인 <닥터 차정숙>은 <SKY 캐슬>이나 <부부의 세계>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태원 클라쓰>나 <재벌집 막내아들>처럼 처음부터 빅히트를 예상한 작품이 아니라 의외의 작품이 제대로 된 만루홈런을 예상할 정도로 매우 크게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지난해 말부터 JTBC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하는 이유는 대중들이 드라마에서 원하는 재미코드를 각도를 조금 달리해서 집어넣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각 드라마마다 새로운 시청자들을 유입시킬 만한 코드들을 갖추고 있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궁궐의 권력다툼 대신 현대 재벌가의 권력다툼 속에 판타지적 인물 진도준(송중기)을 집어넣는다. 그런 이유로 현대극이지만 사극과 무협지적인 요소(실제 무술로 싸우는 건 아니지만)를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드라마에 관심이 없던 중년남성 시청자들까지 흡수해 꽤 높은 시청률을 높였다.
<대행사>는 대행사 VC그룹을 배경으로 했지만 현실감 있는 오피스물 드라마는 아니었다. 하지만 가진 것 없고 고독하고 궁지에 몰린 고아인(이보영)이 최창수(조성하)로 대표되는 VC그룹의 고인 물들과 강한나(손나은)로 대표되는 VC그룹의 금수저들과 긴장감 넘치는 대결 구도를 벌이는 것이 볼만했다. 힐링은 되지만 지루한 드라마보다 긴장감 때문에 피곤하지만 계속해서 보게 되는 드라마를 택한 셈이다. 그리고 그 결과 <대행사>는 <재벌집 막내아들> 만큼은 아니지만 꽤 괜찮은 성적을 올렸다.
후속작 <신성한 이혼>은 <재벌집 막내아들>처럼 웹툰 원작의 작품이지만 <재벌집>과는 다른 현실 밀착형의 드라마였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신성한 이혼>처럼 실제 생활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들을 다룬 생활형 드라마들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모든 사람이 결과를 궁금해 할 법한 실제 법정다툼 사례를 이야기로 끌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신성한 이혼> 역시 좋은 결혼 못지않게 완만한 이혼이 중요한 시대에 시청자의 관심을 끌 만한 요소가 다분한 드라마였다. 이런 드라마의 경우 자극적인 뻔한 플롯을 활용하지 않아도 현실감 있는 내용만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닌 내 주변의 이야기 같은 맛이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생활 연기와 극적 연기를 미묘하게 비벼내는 조승우의 신성한 변호사 연기 역시 드라마를 보는 감칠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럼에도 <대행사>와 <신성한 이혼> 모두 플롯이 단순해 16회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두 드라마는 12회로 구성해 가장 규모에 맞는 방식으로 끝을 맺었다.
후속작 <닥터 차정숙>은 JTBC 측에서는 아마 안타 정도를 기대한 드라마가 아니었을까 싶다. 겉보기에 <닥터 차정숙>은 이미 지난 시절 유행한 '줌마렐라물'에 배경만 병원으로 입힌 작품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닥터 차정숙>은 '줌마렐라물' 코드는 적절히 유지하면서 중년여성 차정숙(엄정화)의 새로운 도전과 성공 이야기에 좀 더 힘을 준다.
특히 엄정화가 사랑스럽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소화한 차정숙의 인간적인 매력이 집 밖 병원에서 인정받는 부분에서는 훈훈한 힐링드라마의 힘도 지니고 있다. 또 드라마의 빌런인 서인호(김병철)와 최승희(명세빈)도 얄밉기는 해도 분노를 유발할 만한 인물들은 아니다. 그 때문에 독한 드라마들 사이에서 <닥터 차정숙>은 마음 안 졸이고 시트콤처럼 유쾌하게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드라마다.
이처럼 2023년 JTBC 드라마는 폼 잡거나 우울해하는 대신 힘 있거나 진솔하거나 유쾌한 이야기로 시청률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트렌디 하거나 거창하진 않지만, 시청자가 보고 싶던 지금 이 순간의 이야기를 적절한 속도감과 규모로 보여준 것이 성공의 요인이었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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