半도체 불황과 영업이익 半토막 [아카이브]
500대 기업 영업益 1년 새 반토막
IT·전기전자 업종 가장 큰 타격
삼성전자·SK하이닉스 동반 부진
반도체 산업, 경제 전반에 영향
기업·수출 실적 개선 아직 요원
올 1분기 국내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국내 500대 기업(매출 기준) 중 올해 1분기 실적 확인이 가능한 309개사의 실적을 조사했다. 그 결과, 309개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25조898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50조5567억원)보다 24조6583억원(-48.8%) 감소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19개 업종 중 11개 업종의 영업이익이 줄었다. 그중 IT전기전자 업종의 타격이 가장 컸다. ITㆍ전기전자 업종은 지난해 1분기 20조94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 794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석유ㆍ화학 업종의 영업이익도 지난해 1분기보다 3조4023억원 줄어들었다. 다음으로 운송(-3조2064억원), 제약(-6885억원), 철강(-6578억원) 순으로 영업이익 감소액이 컸다.
조사 대상인 309개 기업 중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종합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6402억원으로 1년 전(14조1214억원)보다 95.5% 감소했다.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3조40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조2619억원 감소하며 적자전환했다. 하이닉스가 2012년 SK그룹에 인수된 후 사상 최악의 적자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8.9%로 전체 산업 중 가장 높았다. 하지만 공급 과잉으로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시작되면서 지난 1~4월 반도체 수출도 –44.5%, -42.5%, -34.5%, -41.0%로 연이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 1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보고서(반도체 산업의 국내 경제 기여와 미래 발전전략)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64%포인트 하락한다. 반도체 업종의 불황이 기업의 실적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도 타격을 입히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부진에 촉각을 기울여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반도체 산업의 업황 회복이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보고서에서 "과거 사례를 보면 반도체 경기 하강 국면은 약 1년간 지속됐다"면서도 "이번에는 글로벌 경기둔화 및 통화 긴축과 반도체 치킨게임이 맞물리면서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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