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간호법, 직역 간 과도한 갈등 불러"… 취임 후 두 번째 거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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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처우 개선을 규정한 '간호법 제정안'(이하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간호법의 경우 거부권 행사를 두고 대통령실 내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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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 '野 입법 강행→거부권 행사' 구도
尹 정부 '정치 실종' 부담에 따른 딜레마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처우 개선을 규정한 '간호법 제정안'(이하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지난달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불과 42일 만에 윤석열 정부 들어 두 번째 거부권 행사에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하고 재가했다. 윤 대통령은 의결에 앞서 "이번 간호법안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간호 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건강은 다양한 의료 전문 직역의 협업에 의해서 제대로 지킬 수 있다"며 "이러한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 간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헌법상(제53조)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15일 이내에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선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 및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양곡관리법과 다르다"더니 간호법 거부권, 왜?
지난달 거부권이 행사된 양곡관리법은 '과잉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 의무화=포퓰리즘'이라는 대통령실 내 입장이 일치했다. 그러나 간호법의 경우 거부권 행사를 두고 대통령실 내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간호법은 애초 간호사들이 높은 업무강도로 인해 이직이 잦고 인력 부족을 겪는 악순환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에서 논의가 시작됐기 때문에 양곡관리법 등과 성격이 다르다"며 "야당 단독 처리나 세부 법안 내용 등에 무리한 부분이 있지만 법안 성격만 보면 재의요구가 맞느냐는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거부권 행사로 결정된 것은 대한간호협회가 정치화했다고 판단해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간호법 제정안으로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등이 모두 나뉘어 의료계가 직역 다툼으로 아수라장이 됐다"면서 "간호협회 몇몇 임원들이 정치적 계산만 하고 더불어민주당에 딱 붙어 있기 때문에 대화로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간호협회나 의사협회 등을 대통령이 직접 만나 대화해 볼 수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대화가 불가능할 만큼 직역 갈등이 깊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의힘이 의사들의 반발을 샀던 '지역사회·의료기관' 등의 문구를 삭제한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민주당과 간호협회가 수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주당 입법 독주→대통령 거부권→정치실종 '악순환'
'민주당의 법안 일방 처리 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구도가 당분간 반복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과 파업참여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회부도 추진하고 있는 반면, 대통령실은 이들 법안에 대한 반대 기류가 강고하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는 것은 대통령 입장에선 상당한 딜레마다. 야당 주도로 쟁점 법안이 통과됐더라도 갈등을 조율해 사회적 타협을 이끌어내는 책임은 정부와 여당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년간 정치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에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민주당과 이익단체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법안을 밀어붙이면 더 많은 국민들이 손해를 볼 것"이라며 "막을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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