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으로 만나는 셰익스피어 고전 연극 ‘오셀로’

고보현 기자(hyunkob@mk.co.kr) 2023. 5. 1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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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4대 비극 ‘오셀로’
예술의전당서 내달 4일까지
박호산 이호재 이자람 등 출연
실험적 연출, 세련된 무대 조화
지난 12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오셀로’. <제공=예술의전당>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가 올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올라 관객을 만난다. 420년 전 쓰여진 셰익스피어의 명작이 현대적인 미니멀리즘을 만나 재탄생했다. 이번 연극은 코로나 등으로 중단됐던 토월정통연극 시리즈의 부활을 알리는 첫 작품이기도 하다.

배우 박호산, 유태웅이 질투에 눈이 멀어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무어인 장군 ‘오셀로’역을 맡았다. 배우 이설은 선량한 아내 데스데모나 역을, 배우 이호재는 데스데모나의 아버지 ‘브라반티오’ 역을 연기한다. 세 치 혀로 모두를 지옥으로 내모는 ‘이아고’는 배우 손상규가 광기 어린 모습을 잘 표현하며 극의 중심을 잡아낸다. 소리꾼이자 뮤지션, 배우로 보폭을 넓혀온 이자람은 이아고의 부인 에밀리아 역을 소화한다.

연극은 사람의 마음을 갉아먹는 질투심과 집착, 고결한 사랑, 분노 등 등장인물의 내면세계를 치밀하게 그리며 전투의 신으로 칭송받던 오셀로가 한순간에 추락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난 12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오셀로’. <제공=예술의전당>
‘연극계 대모’로 불리는 동시에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여온 박정희 연출의 결과물이 돋보인다. 작품마다 화제를 모아온 무대미술가 여신동과 의상 디자이너 김환 등 젊은 창작진이 뭉쳐 세련된 무대가 완성됐다.

양쪽 거친 벽에는 음모와 배신을 꾸미는 이들의 검은 그림자가 크게 새겨진다. 바닥에 고인 웅덩이 속 떨어지는 빗방울은 인물들의 불안한 심리를 상징하며 수면 위 파장을 일으킨다. 자멸에 이르는 오셀로와 헌신적 사랑을 지닌 데스데모나는 흑백의 의상으로 대비를 줬다. 그밖에 등장인물은 각각의 특성을 지닌 정장과 슈트 등을 입었다.

다만 CJ토월극장의 깊고 넓은 무대를 전속력으로 뛰어다니는 배우들을 보고 있자면 연극이 혹여라도 몸에 안 맞는 큰 옷을 입은 것인지 걱정이 든다.

박 연출은 “두려움 불안 적막함 침묵 고요 등이 빚어내는 세계가 곧 ‘오셀로’를 이루는 정서”라며 “이아고와 그가 직조하는 인물들의 관계망, 그사이 채색되는 감정들, 오셀로와 데스데모나가 빚어내는 슬픈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동시대인들이 잃어가거나 잊고 있는 근원적인 감정의 힘을 환기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오는 6월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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