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게, 원형에 한 걸음".. 유년시절, 나부끼는 풍경을 향한 송가(頌歌)

제주방송 김지훈 2023. 5. 1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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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미술을 추구하는 오기영 작가의 전시 '무작위와 작위의 접점, 졸박의 가치'입니다.

팽나무, 돌멩이, 제주바다 등 제주 자연물을 형상화한 건식벽화 형태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는 도시적인 세련미보다 소박하고 질박하면서 거친 느낌에 초점을 맞춘 작품 40여 점을 선보입니다.

작가는 섬이란 고립된 환경 속, 자족적인 자연으로 둘러싸인 제주의 흙에서 거친 질감과 독특한 색으로 '어머니'란 원형을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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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영 작가 개인전 ‘무작위와 작위의..’
21일까지 서귀포예술의전당 전시실서
자연물 등 형상화 '건식벽화' 40여 점

# 단순함을 추구하는 '졸(拙)', 여기에 가공되지 않은 통나무 즉 인공적인 기술로 다듬어지기 전의 조건으로서 '박(朴)'이 만나 본질을 찾아 나선 부단한 몸부림입니다.
기능적이고 인위적인 '기교' 차원을 넘어, 대상의 근원에 다다르고자 하는 일체 모든 행위입니다.
현대미술에 만연한 인공적이거나 자극적인 기법에서 한참 벗어난 작가의 작품들은, 그래서 사뭇 고전적인 관점에서 본질에 대한 접근이 돋보입니다.
단순하고 아름답고, 거칠고 따뜻하면서 덧없고 영원한, 그래서 심오한 경험을 제공하는 전시입니다.

무작위와 작위의 접점, 졸박의 가치, 건식벽화. 40×46, 2022


자연미술을 추구하는 오기영 작가의 전시 '무작위와 작위의 접점, 졸박의 가치'입니다.

오는 21일까지 서귀포예술의전당 전시실에서 열립니다.

지난해 서울전에 이어 고향인 제주에서 관객을 만납니다.

팽나무, 돌멩이, 제주바다 등 제주 자연물을 형상화한 건식벽화 형태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는 도시적인 세련미보다 소박하고 질박하면서 거친 느낌에 초점을 맞춘 작품 40여 점을 선보입니다.

제주 출신의, 40대 늦깎이로 박사과정(동덕여대)을 밟은 작가는 "내 고향의 자연물들은 내 어머니의 체취를 품고 있는 상징물"이라며 "상징은 삶의 의미를 주는 기호로, 벽화기법을 통해 작품으로 녹여내고 싶었다"고 전합니다.

때문인지, 벽화의 재료인 황토를 손으로 반죽하고 건조와 도포를 반복하는 과정은 어쩌면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교감과 인연을 향한 절박한 여정과 닮았습니다.

조용하지만 억센 힘과 탄력의 교차는, 운명처럼 흐르는 삶을 살아간 어머니의 궤적을 이해하기 위한 순례이자 소통과 연결을 향한 통과의례입니다.

어머니와 함께 한 유년의 기억은 작품마다 서정적이고 서사적인 특성들로 맺힙니다.

무작위와 작위의 접점, 졸박의 가치, 건식벽화. 73×53, 2022


작가는 섬이란 고립된 환경 속, 자족적인 자연으로 둘러싸인 제주의 흙에서 거친 질감과 독특한 색으로 '어머니'란 원형을 풀어냅니다.

바싹 마른 대지는 '어머니'로서 풍요로운 '여성성'을 획득하고, 보는 이들 역시 재차 새로운 기호를 향한 열망을 품게 만듭니다.

단단히 다져진 판을 긁어내는 '무작위'한 작업에서 비롯된 투박한 면과 선이 기호를 현실로 끄집어 내고, 저마다 기억과 회상을 통해 자신만의 기호를 구현합니다.

개개 작품이 개인의 경험을 위한 그릇이 되고 자기성찰과 자연과, 자신의 연관성을 향한 촉매가 되는 셈입니다.

김상철 동덕여대 교수는 "건식벽화는 매우 오래된 원시적인 표현방식이지만 특유의 질박하며 담백한 맛은 제주적인 심미감을 표현하는데 효과적이고, 새김은 필선의 설명적인 것에서 벗어나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것에 접근할 수 있는 표현방식"이라며 "이렇게 완성된 작품들에서, 제주의 특수성을 표현하는 데 있어 잘 맞는 효과적인 기법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작가의 작업을 설명합니다.

작가는 스물두 번 개인전과 100여 개 단체전에 참가했고, 이번 전시를 계기로 앞으로 '제주다움'을 찾기 위한 작업에 매진할 예정입니다.

작품 일부는 (주)태평양, 갤러리 라메르, 미술은행, 이레개발, UM갤러리, 제주도립미술관, 전주 우리들요양병원, 광주수완병원에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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