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연대 "간호법 거부 환영…의료인 면허취소법은 헌법소원 낼 것"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13보건복지의료연대가 "환영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의료인 면허 취소법(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아쉽다"면서 "헌법소원 등을 통해 내년 총선 전까지 의료법 개정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등 13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오후 1시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의료인 면허 취소법 개정에 총력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까지 쉽지 않은 결정을 해주신 윤석열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분열된 보건의료계가 한목소리로 각 직역의 처우를 개선하면서 국민의 건강권을 함께 지켜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의료인 면허 취소법 내용 중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모든 의료인이 아닌, 살인, 강력범죄, 성범죄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 한해서만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의료법 개정을 시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오늘 11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 대한간호협회가 "2023년 총선기획단 활동을 통해 정치인과 관료들을 단죄하고 파면하는 투쟁을 전개하겠다. 준법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이필수 의협회장은 "불과 1~2주 전만 해도 총파업 계획을 밝힌 우리 연대에게 국민 건강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비판한 곳이 간호협회"라며 "간호사들이 의료 공백을 유발할 경우 의사·간호조무사·임사병리사·방사선사 등 다양한 직역이 힘을 합쳐 의료공백을 메우고 국민 건강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대한간호협회가 면허증 반납 운동까지 기획한 것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음은 13보건복지의료연대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성 명 서>
특정 직역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간호법안 재의요구 '환영'
의료인 면허박탈법 국회에서 재검토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개최된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간호법 제정법률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대통령의 이번 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13개 단체가 연대한 보건복지의료연대(이하 '13 보건복지의료연대') 400만 회원은 환영의 뜻을 밝히며, 다만 의료인 면허박탈법(의료법 개정법률안)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하며 국회에서 신속히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간호법'은 의료법에서 간호만을 분리하여 독자적인 법률을 제정하는 것으로서, 특정 직역의 이익만을 대변하여 보건의료인 간의 협업을 해치고 보건의료체계에 큰 피해를 끼칠 것이 우려돼 왔으며, 국회 본회의 의결 절차에서 토론과 타협 없이 일방적인 입법독주에 의해 진행된 부당한 법률안이다.
의료는 보건의료 각 직역이 고유의 업무범위 내에서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질 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단일 의료법 체계 하에 의료인을 규율함으로써 각 직역의 조화를 도모하고 있음에도, 간호법은 이러한 균형을 깨뜨린다는 점에서 근본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간호법은 기존 의료법 각 조항을 거의 그대로 차용하고 있어 별도 독립법 제정의 실익이 미미할 뿐만 아니라, 의료법과 상충하는 '지역사회'와 같은 내용은 국민의 건강 보호나 간호사 처우 개선과는 무관하게 간호 직역의 기득권을 확보하려는 것임이 분명하며, 국회 본회의 의결 절차에서 수정안이 제출된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의료인에 대한 법 적용의 일관성을 저해하고 있다.
이에 13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 제정에 반대한 것이고, 그러면서도 간호협회가 요구하는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해 현행법 개정이나 별도의 법 제정까지 제안했으나, 간호협회는 이러한 타협안을 일체 거부했으며, 야당 역시 이러한 간호협회의 입장만을 반영하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 및 전체 회의 단독 표결, 패스트트랙을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사회적 합의 없는 국회의 입법 독주에 반대해 13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최선의 결정이므로, 13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다시 한번 이를 환영한다.
다만 의료인 면허박탈법은 국회에서 신속한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의료인 면허박탈법은 의료인 면허의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를 현행 의료 관련 범죄에서 모든 범죄로 제한 없이 확장하고 면허의 취소사유를 완화함으로써, 교통사고 등 의료행위와는 전혀 무관한 행위를 사유로 면허 박탈을 가능케 하는 법률안이다.
이는 숙련된 의료자원의 소멸이라는 사회적 손실을 넘어서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부족으로 인한 보건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야기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우려가 큰 법안이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과잉 입법의 우려 및 위헌 소지를 들어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성범죄와 강력범죄 등까지만 의료인 면허 결격사유를 확대하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였으나, 그럼에도 이번 대통령의 재의 요구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는 아쉬움을 표한다.
오늘 결과에 아쉬움이 있지만 우선 17일 계획한 연대 총파업은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깊은 고뇌 끝에 국회 재의결 시까지 유보할 것이며, 법안 처리가 원만히 마무리될 때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해 나갈 것임을 밝힌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온전한 일상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은, 특정 직역뿐만 아니라 모든 보건복지의료 직역 종사자들이 유기적이고 원활하게 협력할 때만 가능한 것임은 우리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아울러 전세계적인 코로나19 위기사태를 헤쳐 나오면서 우리 국민과 정부는 보건복지의료 직역 종사자들의 헌신과 희생의 참된 가치를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었고, 나아가 간호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모든 보건복지의료 직역 종사자 모두를 위한 처우 개선과 전문성 향상을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13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제 분열과 반목을 끝내고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모든 보건복지의료 직역이 화합하고 발전적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통합의 조치들을 국회와 정부가 내어놓기를 기대한다.
또한 필수의료 분야의 붕괴가 가속화되기 이전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의료인의 평등권과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의료인 면허박탈법에 대한 재개정절차에 국회와 정부가 나서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3년 5월 16일
13 보건복지의료연대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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