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75년 지나 알게 된 죄명, '내란죄'…父 옥살이는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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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10시30분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
제주4·3 수형인 희생자 30명에 대한 검찰 직권재심 사건 공판이 열린 이 곳에서 하늘로 간 아버지 대신 피고인석에 선 양정자씨(80)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어렵게 입을 뗐다.
양씨의 아버지인 고(故) 양제추씨는 제주4·3 당시 알 수 없는 이유로 폭도로 몰려 1948년 목포형무소로 끌려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
재판부는 이날 양씨의 아버지를 포함한 제주4·3 수형인 희생자 30명 모두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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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내란죄라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16일 오전 10시30분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
제주4·3 수형인 희생자 30명에 대한 검찰 직권재심 사건 공판이 열린 이 곳에서 하늘로 간 아버지 대신 피고인석에 선 양정자씨(80)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어렵게 입을 뗐다.
양씨의 아버지인 고(故) 양제추씨는 제주4·3 당시 알 수 없는 이유로 폭도로 몰려 1948년 목포형무소로 끌려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 당시 양씨는 고작 5살이었다.
고난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1년 간 복역을 마치고 고향인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로 돌아간 양씨의 아버지는 이듬해인 1950년 7월 6·25전쟁이 터진 상황에서 해안마을로 떠나라는 소개령에 따라 이동하던 중 갑자기 경찰서로 끌려간 뒤 행방불명됐다.
양씨는 평생 아버지를 그리워하다 2018년 말에야 아버지를 다시 만났다. 아버지는 이미 유해가 된 뒤였다. 제주국제공항 남북활주로에서 진행된 유해 발굴 과정에서 기적적으로 작은 뼛조각이 발견돼 유전자 감식을 거쳐 그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양씨는 "'난 금방 온다'라는 말을 끝으로 아버지가 행방불명됐는데, 결국 아버지는 공항에서 총살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말 애석할 따름"이라면서 "무죄 판결로 아버지의 명예가 완전히 회복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고인의 양자인 양민철씨(65)도 "법정에 오는 동안 제일 궁금했던 게 아버지의 죄명이었다.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목포까지 가셔야 했나… 그런데 오늘 '내란죄'라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슬프기도 하고, 어디 가서 소리치고도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그는 "어머니께서 5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이 사실을 무려 70년 간 가슴에 묻고 사셨다"며 "진상 규명에 힘써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 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양씨의 아버지를 포함한 제주4·3 수형인 희생자 30명 모두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검사와 변호인의 주장 대로 내란죄 등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만시지탄(晩時之歎·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쳤음을 안타까워함)이 될지 모르지만 이 재심 판결로 잘못을 바로잡으면서 형언할 수 없는 고초 끝에 가족과 단절된 채 억울하게 망인이 된 피고인들의 영혼이 안식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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