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연대 “17일 총파업 유보…‘면허취소법’은 재개정돼야”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의료인 면허취소 기준 확대 법안)에 반발하며 오는 17일 총파업을 예고했던 의사·간호조무사 등 보건의료 직역 단체들이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환영하며 파업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협) 등 13개 단체로 이뤄진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의료연대는 “17일 계획한 연대 총파업은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깊은 고뇌 끝에 국회 재의결 시까지 유보할 것”이라며 “법안 처리가 원만히 마무리될 때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의료연대는 지난달 27일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며 지난 3일과 11일 두 차례 연가투쟁을 벌였고, 오는 17일 연대 총파업을 예고했다.
의사단체들은 간호법 못지않게 의료법 개정안을 ‘의료인 면허취소법’‘의사 면허박탈법’ 등이라 부르며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전공의들도 의료법 개정안이 공포되면 파업을 고려한다고 했었다.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행위 중 발생한 업무상 과실치사상을 제외한 모든 범죄로)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의료법은 허위진단서 작성 등 의료 관계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했는데, 개정안은 모든 범죄로 결격사유를 확대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은 행사하지 않았다. 의료연대는 아쉬움을 표했지만 당장 단체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법 공포 후 시행까지 1년간 유예기간이 있어 ‘모든 범죄’를 ‘중범죄’로 바꾸는 등의 재개정 작업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또한 13개 직역 중에서 의료법상 의료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조산사)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연대 총파업을 이끌 동력이 떨어진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 사이에선 ‘의사단체 집행부들이 서로 간 실익이 없는 간호법에 집중하다 의료법 개정안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의사단체들은 헌법소원과 의료법 재개정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박태근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은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이중처벌이자 과잉처벌”이라며 “향후 법이 공포되자마자 헌법소원과 법 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의료연대는 의료인 면허취소법을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내년 총선 전에 의료법이 재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료인이 모든 범죄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경우 면허를 취소한다는 것은 과도하다는 여론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관련 법 개정 방향과 관련하여 당정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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