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매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엉뚱한 놈" 분노 폭발 왜?
네이버 가상자산 서비스 속보 제공 업체 논란
'~에 따르면' 무단 인용 뉴스가 콘텐츠 대부분
"남의 기사로 장사" 질타…네이버측 "종료할 것"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네이버파이낸셜이 지난달부터 네이버 모바일 앱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 '가상자산 서비스'가 암호화폐 전문 매체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의 금융자회사)과 제휴를 맺은 가상자산 속보 제공업체가 전문 매체들의 뉴스를 무분별하게 인용하고 있어서다. 매체들 사이에선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엉뚱한 놈이 벌고 있다'는 푸념에서부터 “네이버가 장물업자와 제휴를 했다”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네이버 모바일 앱을 통해 제공되는 '네이버 증권'을 보면, 국내외 주식과 환율, 채권·금리 정보와 함께 가상자산 정보를 담은 '가상자산' 섹션이 배치돼 있다. '가상자산' 섹션 안에는 현재 '실시간 현황'이라는 이름으로 가상자산에 관한 속보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뉴스 속보를 네이버에 납품하고 있는 업체는 '코인니스'(coinness)라는 곳이다. 2018년 설립된 코인니스는 비트코인, 블록체인 등 가상자산 정보를 제공하는 투자 정보 뉴스 플랫폼이다.
문제는 코인니스 속보 콘텐츠 대다수가 국내외 언론을 인용·요약한 정보라는 점이다. 이를테면, '우블록체인에 따르면', '토큰뷰에 따르면', 'PR뉴스와이어에 따르면', '더블록에 따르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등으로 시작해 국내외 언론사 기사를 허락 없이 정리하고 있는 것. 뉴스 외 콘텐츠로는 가상자산 분야의 유명 인플루언서 트윗이나 가상자산 기업의 공지 사항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가상자산 전문지 대표 A씨는 “코인니스는 저작권법 허점을 악용해 타 언론사 기사를 도둑질해서 판매하는 업체”라며 “네이버가 장물업자와 제휴를 맺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A씨는 “네이버가 새로 오픈한 가상자산 서비스의 실시간 속보 제공업체로 코인니스를 선택한 건 스스로 천명한 뉴스 서비스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태”라며 “뉴스 수용자에게 정확하고 균형 잡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는 언론인으로서 큰 박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라는 독립 기구를 통해 인터넷 뉴스 서비스 제공 원칙과 방식을 규율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코인니스 속보 서비스는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다. A씨는 “그동안 '네이버 증권'이 제공했던 뉴스는 제휴평가위를 거쳐 네이버와 제휴를 맺은 언론사들이 작성한 기사였다”며 “네이버가 새로 개설한 가상자산 서비스에서만 자격 미달 업체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암호화폐 전문지 편집장 B씨도 “네이버와 코인니스가 어떻게 이야기를 진행했는지 모르겠다”며 “네이버나 코인니스 측이 우리 콘텐츠가 실리고 있는 것에 협의 의사를 밝힌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및 경제 뉴스를 발행하고 있는 C씨도 “코인니스는 기자가 취재하는 방식이 아니라 뉴스 애그리게이터(Aggregator·여러 온라인 소스를 통해 특정 정보를 모으는 웹사이트를 의미) 개념으로 인용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네이버 안에서 뉴스 소비가 이뤄지면 원작자 몫으로 수익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 매체도 네이버 속보 서비스에 대응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국회도 이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업체(코인니스)는 공신력을 가진 언론사도 아니고 남의 기사로 장사하는 곳”이라며 “이런 식의 서비스면 속보를 취사 선택하여 특정 가상자산의 시세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 업체가 어떻게 선정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16일 “내부 서비스 개편을 준비 중”이라며 “조만간 코인니스가 제공하는 뉴스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가상자산 서비스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도 가상자산 서비스를 계속 보완하고 검토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코인니스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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