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영부인까지 무기공급 촉구 "우리집서 범죄자 내쫓겠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라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압박이 강해지는 가운데 올레나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대통령 영부인이 한국에 방문하기 전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무기 공급을 요구했다. 주요 7개국(G7) 회의 참석을 앞두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들의 요구에 직접 무기 지원을 실시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6일 젤렌스카 영부인은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집에 범인이 있다면 집주인은 당연히 이 범죄자를 몰아내기 위해 인도적 지원이나 음식, 의약품뿐만 아니라, 보다 특단의(radical) 무언가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며 무기 공급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전 세계를 향해 말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나는 프로토콜(외교적 의례) 조차 깨면서 모든 이들에게 '우리에게 자원(a resource)을 달라. 그러면 우리가 범죄자를 우리 집에서 내쫓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미국과 유럽연합 등이 한국에 직접 무기 공급을 요구하던 상황에서 젤렌스카 영부인의 방한에 오는 19~21일 G7 회의까지 겹치면서 이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을 방문하며 '대반격'에 사용할 무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G7 회의가 열린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회의를 계기로 살상 무기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한국의 입장이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19일 공개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적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조건부 무기 공급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러시아 측의 즉각적인 반발이 나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원조를 제공하는 것은 분쟁에 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유감스럽게도 한국이 러시아에 대해 비우호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측의 반발에 대해 대통령실은 "정부 입장이 변경된 것은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의 발언이 인터뷰에서 나왔듯이 여러가지 사항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한동안 무기 지원을 두고 논란이 커졌고, 이후 주무부처인 국방부와 외교부가 "살상 무기 지원 불가 방침"에는 변함이 없으며 러시아와 관계도 문제가 없다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정부는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그간 한국은 이미 우크라이나에 우회적으로 포탄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4월 6일(현지시각)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보도로 알려진 미 정보 기관의 유출 문건에서는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155밀리(mm) 포탄 33만 발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대신 폴란드에 수출하자고 제안했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확인할 것이 없고, 해주지도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MBC가 충청도에 있는 탄약창 기지에서 진해의 부두로 155밀리 포탄이 이동했으며 이것이 미국 정보 기관의 기밀 문건과 동일하다고 보도하면서 간접적 무기 공급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듯 정부가 직접 무기를 공급하지 않고 우회적인 방법을 택한 데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한국의 동맹국이 아니라는 점도 있지만, 북핵 문제 해결과 자원·경제적인 분야 등에서 그간 한국이 우크라이나보다는 러시아와 훨씬 더 오랜 기간 깊은 관계를 가져왔다는 측면도 있다. 국익을 위해 한러 관계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무기를 공급하고 있는 서방 국가들에서도 일정 부분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영국은 방공미사일과 장거리 공격용 드론 및 무인항공기를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여기에 F-16과 같은 전투기는 포함돼 있지 않다. 러시아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무기지원까지는 실행하지 못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탈리아를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자리에서 교황의 중재안을 거부하며 '대반격'에 몰두하고 있다. 중재자로 나선 중국 리후이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가 15일부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폴란드, 프랑스, 독일 등 5개국을 방문할 예정인데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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