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만에 주담대 다시 3%대…언제까지 내릴까?

조문희 기자 2023. 5. 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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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차주들도 금리 부담 완화 전망
“더 낮아질 것” 낙관론엔 ‘경고음’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금융권에 금리 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를 안정화하려는 흐름이 형성되면서다. 은행이 대출 금리를 산출할 때 기준으로 삼는 코픽스(COP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기준금리보다 낮아졌다. 새롭게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은 물론, 기존 변동금리 상품을 이용하던 차주들도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금리 인하의 선결 조건인 '긴축 재정 종료'는 여전히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당초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미국의 물가 지표가 완전히 잡히지 않으면서 금리 동결이 길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가계 부채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터라, 은행권을 중심으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은행이 대출 금리를 산출할 때 기준으로 삼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하락하면서, 16일 5대 시중은행의 신규 코픽스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하단이 3%대로 내려갔다. ⓒ 연합뉴스

뚝 떨어진 주담대…'긴축 사이클' 전으로 돌아가

16일 주요 은행들은 코픽스 하락분을 반영한 새 금리를 공지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신규 코픽스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3.97~6.79%를 나타냈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 하단이 3%대로 낮아진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한국은행이 사상 첫 기준금리 '빅스텝'을 단행한 게 지난해 7월이란 점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긴축 재정을 시작하기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은행이 줄줄이 금리를 내린 데엔 코픽스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진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보다 0.12%포인트 떨어진 3.44%다. 코픽스가 기준금리(3.50%)보다 낮아진 것은 8년9개월 만이다. 코픽스는 지난해 11월 4.34%로 정점을 찍었다가 지난 2월 0.03%포인트 소폭 올랐으나, 다시 하락 전환했다.

이에 따라 기존 차주들의 금리 부담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변동금리 재산정 기간은 6개월이다. 6개월 전보다 코픽스가 떨어졌다면 그 시기에 재산정을 받는 차주의 금리는 하락할 수 있다. 가령 3월 신규 코픽스(3.56%)는 6개월 전인 지난해 9월 코픽스(3.40%)보다 높아 이 때 재산정 주기를 맞은 차주라면 오히려 금리가 올랐다. 그러나 이번 4월 코픽스는 3.44%로, 6개월 전인 3.98%보다 낮아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코픽스 하락분 0.54%이 고스란히 반영될 경우, 5억원을 빌린 차주라면 월 22만5000원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4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월(3.56%)보다 0.12%포인트 낮은 3.44%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금리 더 내리면 변동-고정금리 역전

관건은 향후 금리가 더 내릴지 여부다. 특히 금리가 계속 하락하면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가 유리해지기 때문에 차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3.63~5.47%다. 하단 기준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차가 불과 0.29%포인트다. 다만 고정금리 상품에서 변동금리로 갈아탈 경우 중도상환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일단 시장의 전망은 관망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내 기준금리가 떨어질 것이란 낙관론도 번지고 있지만, 당국은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란 경고음을 내고 있다. 시중금리 인하의 선결 조건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다. 다만 미국의 물가가 아직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연방준비제도(Fed) 2인자 자리에 매파(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필립 제퍼슨 이사가 지명되면서 기대감은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금 시점에 통화정책 전환을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미 시장은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주담대는 803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8000억원 증가했다. 동시에 가계 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우리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 측은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은 주요국에 비해 과도한 수준이라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대두됐다"며 "향후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거시경제 성장을 위해선 가계부채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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