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 만에 56조원이나 빠져나갔다”...은행 파산은 루머탓?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3. 5. 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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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전 CEO, 파산 원인 루머 꼽아
美 상원 은행위원회 서면답변서 제출
“연준의 ‘일시적 인플레’ 평가도 한 원인”
그레그 베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전 최고경영자(CEO)
그레그 베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전 최고경영자(CEO)가 은행 파산의 원인으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퍼진 루머와 오해를 꼽았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에 금리 관련 잘못된 메시지를 냈고, 내부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베커 전 CEO는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를 통해 “경영진과 함께 사실, 전망, 외부 전문가의 조언 등을 바탕으로 최선의 판단을 내렸는데도 파산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베커는 루머와 오해가 더 강력했다고 봤다. 그는 “언론이 (가상화폐 전문은행) 실버게이트의 파산을 SVB와 연결시키면서 루머와 오해가 만들어졌고, 온라인에서 매우 빠르게 확산됐다”며 “(실버게이트 파산) 바로 다음날부터 뱅크런이 가열됐는데, 10시간 만에 예금 420억달러(약 56조원)가 빠져나갔다”고 했다.

베커는 미국 연준의 ‘잘못된 금리 관련 메시지’도 SVB 파산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했다. 베커는 “연준이 2020년부터 시작된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일 수 있다고 밝혔고, 이 때문에 SVB와 은행들은 증권을 사들였다”고 기술했다.

앞서 SVB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2021년에 미국 국채를 대거 매입했다. 하지만 이후 연준이 고강도 긴축을 진행하면서 국채 가격이 하락했고, 자산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SVB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고객이 한꺼번에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이 발생했다. 결국 SVB는 지난 3월 파산했다.

다만 베커의 주장들을 해당 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얼마나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베커는 SVB 파산 신청을 11일 앞두고 은행의 모기업인 SVB파이낸셜 주식 1만2451주를 팔았다. 베커는 당국이 SVB 주식 발행을 통한 자본 조달 방침을 발표하기 전에 매각 계획을 당국에 보고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전에 인지했을 수 있다는 논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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