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아직 소리 지를 힘 남았나” 야당 의원들과 고성 충돌

문광호 기자 2023. 5. 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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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위서 선관위에 질의 중 파행
“국정원 보안 컨설팅 받겠냐” 질문
10번 넘게 반복하는 장 위원장에
야당 의원들, ‘편향적 질의’ 반발
장제원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이 4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전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야당 의원들이 16일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고성을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장 의원이 야당의 질의 기회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위원장 자격으로 중앙선관위원회 관계자에게 10여 차례 같은 질의를 반복하자 야당 의원들이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장 의원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연루돼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성만 무소속 의원을 향해 “아직까지 소리 지를 힘이 남았나”라고 비꼬았다.

장 의원은 이날 오전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박찬진 선관위 사무총장 상대로 질의를 한 직후 선관위 보안과 관련해 “총장 답변은 외부로부터 보안(점검)을 받을 생각은 없다는 건가”라고 물었다.박 총장은 “자체 보안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며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가 행안부, 국정원의 보안 컨설팅을 받을 경우 정치적 중립성에 관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어 외부전문가 자문평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 언론은 지난 3일 선관위가 북한의 해킹 공격을 받고도 국정원의 보안 점검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장 의원은 회의 동안 박 총장을 향해 “국정원에 보안 컨설팅을 받겠느냐”는 같은 질문을 10여 차례 이상 반복했다. 박 총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컨설팅을 받겠다)”고 답했지만 장 의원은 “그러니까 그렇게 하시겠다는 건가” “그러니까 점검을 받겠다는 건가” “외부로부터 보안 컨설팅을 받을 생각이 없나” “그 방법이 무엇인가” “그 이상의 대책은 없다고 말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거듭 물었다. 박 총장은 “필요한 경우에는 정보보호 기관의 기술 지원을 검토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해 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장 의원은 지난 3월22일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박 총장의 회의 중간 이석을 문제 삼으며 “사무총장은 뭐 하는 사람인가. 위원이 질의하고 있는데 이석을 하나”라고 고성을 질러 논란이 됐다. 당시 장 의원은 선관위 기획재정과장을 향해서는 “당신이 상임위원장이야. 어디서 배워먹은 거야”라며 “앞으로 국회 출입 안 된다”고 지시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행안위원장으로서 중립적으로 사회를 봐야 하는 장 의원의 질의가 편향적이라며 반발했다. 특히 이성만 의원이 “사회를 보셔야지 지금 뭐하는 건가. (의원들이 질의를) 기다리고 있지 않나”라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양측의 고성이 오갔다.

장 의원은 “아직까지 소리 지를 힘이 남으셨네요”라며 “부끄러운 줄 알라. 왼쪽으로 옮긴 거 부끄러운 줄 알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돈봉투 사건 연루 의혹으로 탈당해 행안위원장석 기준 오른쪽 자리에서 왼쪽 자리로 옮겨 앉게 된 것을 비꼰 것이다. 이 의원은 “인격적으로 모욕을 당했으니 의사진행발언을 해야겠다”며 발언 기회를 요구했지만 장 의원은 무시한 채 본인의 질의를 이어갔다.

장 의원은 “위원장의 운영은 위원장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며 “제가 위원장이다. 의사진행 발언은 안 주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이 “위원장이 말 함부로 했잖아”라고 말하자 장 의원은 “어디 반말이야”라고 응수했고, 이 의원이 다시 “‘싸가지’ 없이 말이야”라고 맞받았다.

야당 의원석에서 “위원장께서 이성만 의원의 신상에 대해 말한 건 극히 유감”이라는 발언이 나오자 장 의원은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건가”라며 “제가 그런 말했나”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위원장의 의사 일정에 대해서 방해하지 말라”며 “위원장은 저다. 위원장 돼서 하라”고 반박했다.

이형석 민주당 의원은 박 총장에게 “왜 총선 1년을 앞둔 시점에서 행안부가 보안 컨설팅을 지원한다고 공문을 보냈는지 궁금하다”며 “헌법기관인 선관위를 흔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국정원이 선관위에 북한의 해킹 공격이 예상된다고 통보했다는 것에 대해 “저희들은 언론을 통해서 그 내용을 알았다”고 답변했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위원장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가치 중립적으로 사회를 봐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위원들의 질의에 대해서 위원장이 끝까지 본인의 입맛에 맞는 답변을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행안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장제원 위원장의 강압적이고 편파적인 회의 진행과 동료의원 신상을 모욕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매우 심각한 유감을 표하며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장 의원의 사과가 없으면 공직자윤리법 처리를 제외한 모든 행안위 일정에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이날 오후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회의를 속개하고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당 간사에게 회의를 들어올 것을 요청했지만 결국 국민의힘과 기본소득당 의원들만 질의하게 돼서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유를 불문하고 위원회 파행에 대해 위원장이 깊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며 “아까 상황은 제대로 된 답변을 촉구하는 수준이 아니었고 긴 시간을 위원장이 할애해 답변 자체를 받기 위한 질의를 했다”고 지적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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