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경영진에 불똥튈까” 검찰 압수수색에 위기감 고조된 KT
KT는 검찰 압수수색에 “올 것이 왔다”면서도 사태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임에 실패한 구현모 전 대표이사뿐 아니라 현 경영진 일부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제수사 범위가 본사, 계열사, 협력업체 등 10여곳에 달할 만큼 광범위한 데에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KT는 16일 서울중앙지검이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광화문 사옥 등을 압수수색한 데 대해 “검찰에서 조사 중인 사안에 관해 확인해드리기 어렵다”며 공식적으로는 말을 아꼈다.
제기된 의혹은 구 전 대표 시절 KT가 KT텔레캅의 일감을 시설관리업체인 KDFS에 몰아주고 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는 내용으로 검찰이 수사 중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속내는 복잡하다. 잇따라 차기 대표 선임이 불발된 상황에서 회사를 향한 부정적인 이슈로 또다시 주목받을 수 있어서다.
KT 관계자는 “비단 구 전 대표만이 아니라 현 경영진이 재임 중일 때 벌어진 일이어서 검찰의 칼끝이 몇몇 임원들을 향할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여권 바람대로 ‘내부 카르텔’이 있다는 논리를 강화해 외부 인사를 대표에 앉히기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압수수색에 들어간 이날은 KT가 차기 대표 선출 일환으로 주주 추천 사외이사 후보 신청 접수를 마감하는 날이다. KT는 이렇게 접수한 후보에 외부 전문기관이 추천한 후보를 더해 사외이사 후보군을 구성한 뒤 심사를 거쳐 새로운 이사회를 꾸릴 계획이다.
그간 검찰은 시민단체가 고발한 KT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한 뒤 참고인 조사를 벌여왔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같은 의혹에 대해 지난해 12월 서울 구로구에 있는 KT텔레캅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마쳤다.
앞서 KT는 지난 3월 “사옥 시설 관리와 미화, 경비 보안 등 건물 관리 업무를 KT텔레캅에 위탁하고 있으며, KT텔레캅의 관리 업체 선정 및 일감 배분에 관여한 바 없다”면서 “KT텔레캅은 정당한 평가에 따라 물량을 배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구 전 대표와 윤경림 전 사장의 중도 포기로 ‘최고경영자(CEO) 공백’ 상태인 KT는 현재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대표 대행을 맡아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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