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실무에서 심기 보좌까지, 국회의원실 사람들 [랭킹쇼]
1. 의원 옆엔 항상 보좌진
‘별정직 공무원’인 보좌진은 4급 보좌관 2명, 5급 선임비서관 2명과 6·7·8·9급 비서관 등 최대 9명이다. 또 인턴 비서를 둘 수 있다. 의원의 지역 활동, 법안 발의, 정책 홍보 등 의정활동 전반에서 업무를 지원한다. 의원 SNS을 보좌진이 관리하기도 하는데 최근 태 의원 페이스북에 ‘JMS 민주당’이라는 글이 올라오자 그는 “보좌진이 썼다”고 해명해 논란이 커졌다.
의원실 인턴 출신 A씨는 의원실 분위기에 대해 “어떤 의원 모시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것 같다”며 “의원이 (보좌진을) 정말 각별히 챙기는 의원실이 있는가 하면 일적인 부분만 공유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역시 인턴으로 근무했던 B씨는 “의원과 보좌진 사이는 정말 좋았다. 의원을 ‘영감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밀도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좌진의 임면권이 전적으로 의원에게 있다는 점에서 의원의 ‘심기 보좌’까지 한다는 소문은 언제나 들린다. 국회 관계자들 사이에선 ‘보좌진이 자주 바뀌는 방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 기류가 있다. 그만큼 의원실 분위기 좋을리가 없다는 거다. 국회 사무처 직원과 의원 보좌진 등이 주로 활동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보좌진의 불만이 담긴 글이 종종 올라온다. 한 작성자는 “어떤 의원은 밤샘 농성 하면 보좌진만 밤 샌다”고 쓰기도 했다.
2. ‘밀착 수행‘ 비서관
법률을 만드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 이 권리의 주체는 국회의원이다. 하지만 대부분 법안의 준비는 보좌진의 몫이다. B씨는 “매일 아침 지역구 현안과 국회에서 배부하는 현안을 가지고 보좌진들과 ’이런 법안을 발의해보자‘며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B씨는 업무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국정감사 시즌‘으로 뽑았다. 원래도 ’워라밸‘이 없다는 게 보좌진 업무의 특징인데 국정감사 시즌에는 근무 환경이 더욱 열악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새벽 6시에 출근해 밤 12시까지 근무할 때도 있었다”며 “법안도 발의해야 하고 의원 국정감사 자료도 준비해야 해서 가장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지만 병역 관련 법안을 내가 준비했었는데 실제로 (보좌했던) 의원 이름으로 위원회에 상정됐었다”며 “법안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점은 보람 있었다”고 덧붙였다.
보좌진 중에는 의원을 24시간 밀착 수행하는 ’일정 담당 비서관‘이 따로 있다. 의원의 방송 출연부터 식사 자리까지 모든 일정을 동행하고 일정이 끝날 때까지 대기한다. 국회에서 의원들이 천막 농성을 할 때 바로 옆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사람도 바로 그다. B씨는 “특히 여름이나 겨울에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며 “의원님 일정 관리는 정말 의원과 당에 애정이 있어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3. 의원 지역구 출신 선호
의원 지역구 현안만을 관리하는 ’지역 보좌관‘은 해당 지역구에 연고가 있는 게 채용뿐만 아니라 업무 수행에도 유리하다. 의원의 다음 총선 당선을 위해서는 ’지역 현안 챙기기‘ 중요한데 지역 연고가 있어야 민원 해결과 후원을 받는 데 수월하기 때문이다.
인턴 출신 C씨는 ’출신 지역‘이 채용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질문에 “상당수 보좌진 의원의 지역구 출신”이라며 “인턴비서를 지원할 때도 이를 감안해서 지원했다”고 전했다. 지역적 기반이 없더라도 의원과 특별한 연고가 있어 보좌진으로 채용되는 경우도 있다. 몽골 근로자들의 권익 보호에 관심을 둔 고용노동부 장관 출신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몽골 유학생 출신을 비서관으로 뒀다. 탈북민 출신으로 고난의 행군 당시 사고로 왼쪽 다리와 손을 잃은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비서관에 탈북민 출신을 비서관에 채용했다.
4. 의원 당락에 자리 달려
보좌진 출신이란 경력은 정치권에서 통한다. 총선에 출마한 의원들이 ’000의원 보좌관 출신‘인 걸 내세우는 것은 국회 일을 해온 사람이란 ’증거‘이기 때문이다. 또 의원과 각별하게 지냈던 보좌진의 경우 정치인생 내내 의원과 ’멘토·멘티‘ 관계를 이어간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5선 출신 김형오 한나라당 전 의원(부산영도구)의 비서 출신인데, 2012년 부산 선거사무소 개소 당일 김 전 의원이 사무소를 직접 찾아왔다. 고 제정구 의원(경기 시흥시)의 정책 보좌역을 역임한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제 전 의원을 ’정치 멘토‘를 넘어 ’인생 멘토‘라고 칭한다. 두 의원은 모두 자신이 보좌했던 의원의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의원과 특별한 관계를 맺은 보좌진이라도 해당 의원이 당선에 실패하면 자리를 잃는다. 다만 ’능력‘을 인정받으면 추천을 통해 다른 의원실로 스카우트되기도 한다. B씨는 “내가 있었던 의원실의 보좌관 한 분은 다른 정당의 의원실로 이동했다”며 “다만 한 번 당적을 바꾸면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소문이 좋게 나지는 않아 다시 돌아가지는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민형 인턴기자/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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