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 10억 빼돌려 손녀 유학비에 사용한 시민단체 본부장

감사원 "10개 단체 보조금 횡령 확인…73명 수사 의뢰"
허위 인건비, 본인·가족 업체와 계약 등 수법 적발

(감사원 제공)/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방부 보조사업에 참여한 비영리 민간단체 본부장이 회계 직원 등과 공모해 국고 보조금 10억여원을 빼돌려 자녀 사업 및 주택구입을 지원하거나 손녀의 말을 구입하고 유학비에 사용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지난해 8월부터 비영리 민간단체의 국고보조금 실태 관련 특별감사에서 10개 단체의 조직적인 횡령을 확인해 대표·회계담당자 등 73명을 횡령, 사기, 보조금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고 16일 밝혔다.

감사 대상기관은 서울시를 비롯해 행안부·통일부·외교부·문체부·환경부·여성가족부 등 6개 중앙부처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문체부·국방부의 보조사업에 참여한 비영리단체 A 본부장은 허위 경비를 지급한 후 되돌려 받는 등의 수법으로 총 보조금 총 10억5300여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A 본부장은 횡령한 보조금 중 4억8500만원을 자녀가 운영하는 회사의 운영비로 집행하거나 손녀의 승마용 말 구입 및 유학비 지원, 자녀 주택구입 자금 지원, 골프 및 콘도 이용 등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A 본부장은 회계간사 B씨와 공모해 B씨의 남편·지인 등 19명을 허위강사로 등록해 356회분의 강사료를 지급한 후 되돌려받아 총 1억1800여만원을 빼돌리거나 홈쇼핑에 근무하는 지인 C씨의 지인 D씨를 허위 강사로 등록해 강사료(51회분) 총 2000만여원을 지급한 후 명절 선물 구입비로 사용하는 등 허위 강사료로 총 1억6800여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A 본부장은 B씨와 짜고 현수막 제작업체 등 9개 업체에 물품 및 용역 대금을 부풀려 지급해 되돌려 받거나, 영상 제작업체 등 16개 업체에 물품 및 용역 대금을 지급한 후 사업 취소 등의 사유로 일부 되돌려 줄 것을 요구하는 등의 수법으로 7억45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A 본부장은 강사 워크숍을 위해 호텔리조트에 대관비 4000여만원을 지급한 뒤 실제로 400여만원만 사용하고 나머지 3600여만원은 사적으로 사용했고, 며느리 허위 급여 지급, 자녀 회사 회계업무 직원 인건비 지급 등으로 1억400여만원의 보조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안산시의 '세월호 피해자 지원을 통한 지역 공동체 회복' 사업에 참여한 시민단체의 횡령 사실도 밝혀졌다. 한 시민단체 대표 E씨는 배우자가 운영 중인 인쇄업체에 제작용역 발주를 맡겨 270여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업체는 인쇄물 제작 능력이 없어 용역을 전부 하도급 업체에 맡기는데 하도급액보다 270여만원을 더 받았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또 다른 단체 대표 F씨는역사·인문학 독서 토론 등의 내용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도 남북역사·북측 제도 탐구 목적 등의 청년단체 활동비로 사용하는 등 380만여 원을 목적 외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감사원은 허위 인건비를 보조금을 지급받아 3억6600여만원을 횡령한 동·식물 보전사업 보조단체 대표, 자신들이 운영하는 업체와 용역계약을 맺은 뒤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1억6200여만원을 횡령한 청소년 보호 관련 단체 대표, 이미 출시된 PC케이스를 새로 개발한 것처럼 제출해 보조금 1억1000여만원을 빼돌린 한류사업 참여업체 대표 등에 대해서도 수사 의뢰했다.

이밖에 해외여행을 하고도 근무한 것처럼 허위 근무확인서를 작성하는 등 총 근무일 100일 중 73일을 근무하지 않고 인건비 665만원을 부정수급한 여성 인권 관련 단체 비상근 대표, 딸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공연 행사 비용 1200여만원을 빼돌린 재외동포 협력 사업 단체 대표도 적발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비영리민간단체의 보조금 지급액은 2016년 3조5571억원에서 지난해 5조4446억원으로 53% 가량 증가했다"며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감사 결과를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y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