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硏,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2.4%→2.6%…"말안장 걷는 격"
기사내용 요약
'2023년 세계경제 전망' 발표…0.2%p 상향
"더딘 회복을 향한 협소한 통로…하방압력↑"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올해 세계경제가 금융불안에 따른 장기침체와 글로벌 정책공조의 약화로 2.6% 성장할 거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세계경제 전망(업데이트)'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11월 전망치 2.4%보다 0.2%p 올린 수치다.
미국의 견고한 고용상황 지속과 양호한 성장을 보인 유럽, 중국의 신속한 리오프닝 전환 등으로 직전 성장률보다 전망치를 소폭 높였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할 때 여전히 낮은 수치다.
KIEP는 이번 전망의 키워드를 '더딘 회복을 향한 협소한 통로'로 표현했다.
이날 시장의 상승을 소망하는 분홍색 넥타이를 매고 온 김흥종 KIEP 원장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고 해서 작년보다 나아진 것은 아니다. 세계경제가 2021년 6.3%, 2022년 3.3% 성장한 것에 비교하면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크게 낮은 수치"라며 "올해 세계경제의 회복은 느린 경로를 따라가는데, 그 길이 대단히 좁다. 마치 말안장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말안장은 옆에서 보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형태를 띠지만 그 폭이 좁아 잘못하면 옆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같이 세계경제는 더디게 회복되겠지만 불확실성을 높이는 하방압력이 존재해 그 경로가 매우 좁다는 의미다.
KIEP는 세 가지 주요 위험 요인으로 ▲금융불안과 신용긴축에 따른 장기침체 ▲이슈별 이합집산과 글로벌 정책공조 약화 ▲공급망 다각화와 내수전환 과정에서의 중국 리스크를 들었다.
지난 3월부터 이어진 중소형 은행발 금융불안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돼 이로 인한 장기침체 국면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중국의 부상과 미·중 갈등,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비춰볼 때,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가 신다극체제, 이슈에 따른 이합집산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정책공조가 약화하자 중국도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로 중국은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을 이어가고 있고, 동시에 자체 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책 등을 펼쳐 중국경제의 성장률이 회복되더라도 세계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선진국은 여전히 높은 물가와 고금리로 위축된 신용이 경제활동을 상당기간 둔화하고, 이후 회복세도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고용시장이 견조하고,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지나는 등 긍정적인 요인이 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의 정책금리, 금융권의 타이트한 신용 여건, 경직된 서비스물가의 수준 등으로 하반기부터 경기가 둔화해 연간 1.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 지역과 영국은 높은 근원물가와 유럽중앙은행(ECB)와 영란은행(BOE)이 긴축적 대응으로 구매력 회복이 늦어져 각각 0.8%, -0.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 물가가 안정되고 관광과 소비 회복세가 나타나는 등 내수를 중심으로 연간 1.4%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은 리오프닝에 따른 경제활동 재개,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 지난해 낮은 성장률(3.0%)의 기저효과로 5.5%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제시한 5% 내외 경제성장 목표보다 높은 수치다.
KIEP는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연간 3.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경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 등이 올해보다 내년에 하향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 점을 고려했다.
금리 측면에서는 올해 중 미 연준이 금리 인하 기조로 바뀔 가능성은 낮아 주요국 장기국채 금리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환율은 인플레이션 둔화와 금리인상 감속 기대, 주요 국가의 금리격차 축소, 은행권 불안 등으로 달러화 강세는 완화될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은 주요 미 달러화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으면서 상고하저의 경로를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유가는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 항공유 수요 개선 등에 힘입어 세계 원유수요가 회복될 전망이다.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의 감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공급 부족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원장은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많은 나라들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여력 감소로 발생하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이를 넘어서는 장기적인 문제점들은 아직 표면화하지 않았다"며 "선제적이고 발빠른 대응을 위한 연구로 정책조합과 국제공조가 잘 이뤄지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ainy7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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