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기계도 피할 수 없는 'WBC 후유증'...비시즌 국제대회는 선수들의 무덤인가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지난 4월 한 달 동안 타율 0.400을 기록하고 있던 김현수의 타율이 어느덧 0.301까지 떨어졌다. 이제는 2할대 타율로의 추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김현수는 지난 3일 이후 최근 7경기 32타석 연속 무안타다. 지난 한 달간 23경기 타율 0.400(80타수 32안타) 1홈런 17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졌다. 5월 들어 타율 0.061(33타수 2안타)로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타격 페이스가 올라갔다가 떨어지며 슬럼프가 오긴 하지만 타격기계로 불리는 김현수에게 이렇게 오랜 타석 무안타가 나온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최근 김현수의 타격 부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든다. 먼저 아픈 허리 탓으로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허리 통증 전 97타석에서 6삼진을 당했던 김현수가 허리 통증 후 33타석 만에 6삼진을 당했다. 염경엽 감독은 "허리 때문은 아니다. 이제 괜찮다"라고 말했지만 허리 통증 후 타격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진 건 사실이다.
그리고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가한 많은 선수들이 겪고 있는 후유증 탓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 3월 WBC에 참가한 선수들 중 다수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키움 이정후는 한 때 1할대 타율까지 추락하는 등 데뷔 후 가장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고, KIA 나성범은 종아리 부상으로 아직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또한 KT 박병호와 LG 오지환도 부상으로 시즌 초반 2군에 다녀왔다. 그뿐만 아니라 두산 양의지, NC 박건우, SSG 최정, KT 강백호 등 각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 모두 WBC 후유증으로 소속팀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시즌 개막 이후 유일하게 WBC 후유증 없이 타격 전 부문에서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던 김현수도 과부하가 걸렸다는 의견이다. WBC 대표팀 선수들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 대표팀 경기를 위해 한 달 먼저 준비했다. 비시즌 루틴이 깨진 상태에서 한일전 등 중요한 국제대회를 치르며 전력을 다한 선수들은 몸에 이상이 올 수 밖에 없다.
특히 투수가 야수보다 심각하다. KT 소형준은 오른쪽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뒤 시즌 아웃됐다. LG 고우석도 부상 후 복귀했지만 다시 몸에 이상이 생겼다. SSG 김광현도 부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뒤 복귀했지만 구속을 잃었다.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구속이 떨어졌다. 그나마 두산 곽빈이 시즌 초 김현수처럼 후유증 없이 제 몫을 했지만 결국 탈이 났고 현재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또한 LG 정우영, 롯데 박세웅, NC 구창모, 삼성 원태인 등도 눈에 띄게 부진하다.
WBC 후유증은 선수만 있는 게 아니다. 야구대표팀을 이끌었던 KT 이강철 감독도 후유증이 심각하다. 시즌 전만 해도 LG와 함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뽑혔던 KT가 15일 현재 9승 22패 2무, 승률 0.290으로 최하위다. KT에서 WBC에 참가한 선수는 박병호, 강백호, 소형준, 고영표 그리고 중국대표팀으로 참가한 주권이 있다. 고영표를 제외하곤 모든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고전 중이다. 투타 핵심 선수들의 공백에 강철매직은 빛을 잃었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뛴 선수들이지만 WBC 후유증으로 힘겨운 봄을 보내고 있다. WBC가 끝난 뒤 휴식기 없이 바로 시즌에 투입되며 컨디션과 구위 저하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일부 선수들은 이미 지친 모습을 보이며 자칫 부상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대표팀 선수 모두 소속팀 핵심 선수들로 리그가 시작된 현재 휴식을 받기란 쉽지 않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지난 4월 4할대 맹타를 휘두르던 김현수가 5월 들어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지며 2할대 추락을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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