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선: 에르도안, '30년 집권' 가까워졌다
외신 분석가들, 에르도안 우세 전망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지난 20년간 튀르키예를 철권 통치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30년 초장기 집권' 꿈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을 종합하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실시된 대선에서 정권에 도전한 주요 후보자들을 여유롭게 따돌리고 결선 투표에 진출했다.
이번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종 집계 결과 49.51%(약 2710만표)의 득표율을 올렸고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는 44.88%(약 2460만표)로 뒤따랐다. 두 후보자간 득표차는 4.63%p(약 250만표) 수준이다.
이날 선거에서 과반(50%) 이상 득표율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대선 결과는 오는 28일 결선에서 가려지게 됐으나 외신과 전문가들은 이미 에르도안 대통령의 연임을 강력히 점치고 있다.
대선 결과를 살펴보니 에르도안의 득표율은 후보자 가운데 1위를 기록했고 대선과 함께 실시된 총선에선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주도 인민 연합이 최대 정당 자리까지 지켜냈기 때문이다.
대선 직전까지 여론은 권위주의적 통치와 경제난 등으로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승리를 예상했다. 그러나 대지진에 대한 정부의 부실 대응으로 정권 심판론이 나올 것이란 전망과 달리 약 3000만명에 달하는 유권자가 에르도안의 연임을 지지했다.
현재 대다수 외신과 정치 분석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결선을 앞두고 경쟁자인 클르츠다로을루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보고 있다.
NYT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비록 대선에서 과반수 득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주요 도전자를 제치고 선두를 달렸다"면서 "결선 투표에서 에르도안이 승리할 것이라는 강력한 조짐이 보인다"고 전망했다.
튀르키예 분석가인 메흐멧 알리 쿨랏은 지난 2월 대지진이 에르도안 대통령에게는 일종의 호재로 작용했다면서 "엄청난 파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임대료까지 상승해 지역사회에 압박을 가했다"고 했다.
쿨랏은 "1년 내로 지진 발생 지역 전역에 새 집을 짓겠다는 에르도안의 공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현재 국민들은 '나에게 집을 지어줄 수 있는 사람은 에르도안뿐'이라는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미 존스홉킨스 대학의 리셀 힌츠 국제관계학 조교수는 "경제난과 지진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에도 튀르키예의 많은 국민들은 이념적 분열과 권력 투쟁을 벌이는 야당 연합이 과연 효과적으로 국가를 통치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론을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 "일부 유권자들은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이슬람 소수 종파인 알레비 출신이라는점도 문제를 삼았을 것이다. 일부 수니파가 알레비에게 투표하기를 원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알레비족은 시아파 무슬림, 수피교 그리고 아나톨리아 민속신앙을 따르는 소수민족으로 전체 인구 8500만명 가운데 15~20%를 차지한다.)
다만 이번 대선에서 3위(득표율 5.23%)을 기록한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가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결선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오안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약 280만표를 얻은 바 있다.
표면적으로 오안 대표의 지지자들은 우익 민족주의 성향으로 에르도안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지만, 오안 대표는 두 후보와 모두 대화를 나눠봐야한다면서 이르면 이번 주말까지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오안 대표는 민족주의 활동을 펼치다 에르도안의 정의개발당으로부터 제명된 전직 국회의원 출신으로, 시리아 난민의 귀환을 옹호하며 테러 단체와 연계된 쿠르드 정당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펼친다.
영국 소재 분석가인 귀니 일디즈는 "튀르키예에는 약 50가지의 민족주의가 존재한다. 튀르키예의 주요 정치 운동은 민족주의이며 민족주의자들은 어디에나 있다. 보수적인 세속주의자들과 좌파 정치인들이 모두 포함된다"면서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많은 교훈을 얻었을테고 (선거 결과에 대해) 해석의 여지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에르도안이 결선에서 연임에 성공하면 2028년까지 대통령직을 이어갈 수 있는데, 중임 중에 조기 대선을 실시해 승리할 경우 2033년까지 임기가 연장된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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