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농구단, 전년 대비 운영비 20% 절감의 의미

이재범 2023. 5. 16.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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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지난 시즌 대비 운영비를 20% 절감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

채희봉 전 가스공사 사장은 2021년 인천 전자랜드 인수를 결정했다. 인천에서 대구로 연고지를 옮기고 정착하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가스공사는 팬을 최우선하는 구단으로 거듭났다. 

농구단을 인수한 과정까지 영향력을 미쳤지만 ,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사장에서 물러나기 직전 농구단 단장으로 용산고 동기인 이민형 전 한국대학농구연맹 부회장을 앉힌 것이다.

아주 오래 전 한 농구인과 농구와 배구의 인기가 서서히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때 들었던 말 중 하나는 “농구인들은 전체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배구인들은 자신보다 전체 이익을 위해 똘똘 뭉친다”는 것이었다. 한 개인의 의견이지만, 이것이 가스공사 농구단에 그대로 맞아떨어진다.

가스공사는 공개 채용으로 이민형 단장을 새로 뽑았다. 물론 단장을 새로 뽑은 이유는 있다. 가스공사 측에서는 당시 이승 전 부사장이 농구단 단장을 겸임 중이었다. 하지만, 본사 업무가 많아 농구단에 신경을 쓸 겨를이 거의 없었다. KBL 이사회에도 참석하기 힘들었다. 참석하더라도 농구단 업무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의견 개진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가스공사가 전임 단장을 공개 채용한 이유였다. 하지만, 적합한 인물인지 논란이 있었다.
당시 이민형 단장 선임 소식을 접한 뒤 가스공사 관계자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외부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유도훈 감독과 신선우 총감독 때문에 가스공사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여기에 또 용산고 출신인 이민형 단장까지 오게 되면 더더욱 좋지 않을 것이다. 신선우 총감독의 역할이 사무국에서 부족한 농구 관련 업무를 돕는 것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농구인 출신 이민형 단장이 온다면 신선우 총감독과 업무가 중복된다.

단장은 KBL 이사회에서 농구 관련 업무로 의견 개진하는 것도 많겠지만, 본사와 예산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민형 단장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더불어 앞으로 가스공사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은 마케팅 분야다. 농구단 운영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최대한 줄이고 궁극적으로 흑자로 바꾸려면 마케팅에 능통한 인물이 향후 농구단이 나아갈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

이런 걸 고려하면 이민형 단장은 농구단 단장으로 어울리는 인물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가스공사가 용산고 출신 두 분으로 좋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는 걸 안다면 여기 이 자리에 오라고 해도 지원 자체를 하지 않는 게 맞다. 결국 이것이 나중에 어떤 문제를 불러올지 모른다.”

채희봉 전 사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사장이 취임했다. 구단주가 바뀌었다.

한국가스공사는 재무 위기 극복과 가스 요금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여러 가지 자구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 중 농구단 운영 효율화를 위해 운영비를 전년 대비 20% 절감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농구단 운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다른 구단에는 없는 총감독과 역할이 없는 단장이다. 물론 지난 시즌 현대모비스에는 유재학 총감독이 있었다. 유재학 총감독은 감독 계약기간 1년을 남겨놓고 조동현 코치에게 감독직을 물려줬기에 예우 차원에서 계약기간을 채우도록 배려한 것이다.

농구단 운영 비용을 줄이려고 할 때 가장 우선 되는 건 인력 구조이며, 다른 구단에는 없는 총감독과 농구단과 태권도단을 관할하는 스포츠부 부장이 대체 가능한 단장이 가장 먼저 정리 대상으로 떠오른다.

유도훈 감독은 전자랜드 시절과 달리 가스공사로 모기업이 바뀐 뒤 선수들의 신뢰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 전자랜드 시절에는 유도훈 감독 중심으로 선수들이 똘똘 뭉쳐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농구를 했다면 대구로 내려온 뒤에는 더 좋아진 선수 구성에도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결국 성적 부진까지 겹쳐 신선우 총감독, 이민형 단장, 유도훈 감독과 가스공사가 다음 시즌까지 함께하기 힘든 흐름이다.

문제는 총감독과 단장, 감독 모두 계약기간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이들을 모두 내보려면 그에 합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또 다른 비용이 발생하는 게 가스공사의 딜레마다. 유도훈 감독은 후임 감독 중에서 계약 기간을 지키지 못하고 물러나는 경우를 위해서라도 가스공사가 계약 해지를 원한다면 남은 계약 기간만큼 연봉을 모두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스공사는 선수들과 보수 협상에도 대폭 삭감 등을 계획하지 않고, 해외 전지훈련을 바란다면 지원 가능하다고 한다. 즉, 농구단 비용 절감에 가장 신경을 쓰는 건 선수단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부분이다. 


#사진_ 점프볼 DB(윤민호, 정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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