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나온다고? 교실서 디즈니 영화 튼 美교사 조사 받는다
학부모 “학생에 적합하지 않다” 신고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동성애 캐릭터가 나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여줬다가 교육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됐다. 플로리다주가 학생의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에 대한 교육을 금지한 지 1년여 만이다.
15일(현지 시각) CNN 등에 따르면 올해 부임한 초임 교사 제나 바비는 최근 자신의 틱톡 계정에 6분 27초짜리 영상을 올리고 “디즈니 영화를 보여줘 학생들을 세뇌했다는 이유로 플로리다 교육청 조사를 받게 됐다”며 이런 사연을 공개했다.
플로리다주 에르난도 카운티 공립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바비가 5학년(만 10∼11세) 학생들에게 보여준 영화는 지난해 나온 디즈니의 장편 애니메이션 ‘스트레인지 월드(Strange World)’다. 이는 탐험가 부자 3대가 환상의 생물이 사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며 겪게 되는 모험을 그린 영화로, 주인공 가운데 10대 사춘기 소년 이선이 동성 친구를 좋아하고 가족들도 이를 지지하는 내용이 그려진다.
바비는 이 영화가 지구 과학 및 생태계 수업 커리큘럼과 관련이 있어 수업 시간에 틀어주게 됐으며, 학부모들로부터 PG(부모 지도하 전체관람가) 등급 영화를 보여줘도 좋다는 사전 허가를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지역 교육위원회 위원인 한 학부모 ‘이 영화가 학생들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바비를 주 교육청에 신고했다고 한다.
이에 학교 측은 학부모들에게 공지를 보내고 “해당 영화를 학생들에게 보여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공지문에서 “영화의 주요 줄거리는 아니지만 이야기의 일부에서 남자 주인공이 다른 남자 주인공에게 애정을 표시하는 장면이 나온다”며 “학교 당국과 에르난도 카운티의 직업기준 부서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추가 조치가 필요한지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은 플로리다주에서 학생들에게 성 정체성 교육을 금지하는 이른바 ‘돈 세이 게이(Don’t say gay) 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플로리다주는 지난해 3월 공립학교에서 저학년 학생들에게 동성애와 같은 성 정체성에 대해 교육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라 플로리다주에서 성 소수자 문제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는 자격이 정지되거나 퇴출당할 수 있다.
바비는 지난 9일 열린 에르난도 카운티 학교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 회의에는 그를 교육청에 신고한 학부모도 함께 참석했다고 한다.
바비는 틱톡 영상에서 “학생들은 조사관으로부터 한 명씩 심문을 받기 전까진 누구도 ‘동성애’에 대해 생각조차 안 했다. 오히려 이 일이 학생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다”라면서 “나는 누구에게도 내 신념을 따르도록 세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항상 모든 사람에게 친절, 긍정, 연민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안전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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