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왜 간호법을 국회로 돌려보냈나…의료공백 생기나[QnA]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간호법 제정안은 15일 이내 국회로 이송돼 본회의에 다시 상정되며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폐기된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한 간호법을 두고 간호사와 의사·간호조무사 등 보건의료 직역들 사이에 찬반 대립이 극심했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간호법 거부권 행사의 주된 이유로 “직역 간 갈등 심화”를 들었다. 그러나 간호사들이 16일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면서 강력한 투쟁을 예고해 앞으로 더 큰 갈등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간호법에 관한 정부와 각 단체의 ‘설명’은 제각각이다. 간호법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의 배경은 무엇인지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는.
정부와 여당은 의료현장에서 직역 간 협업이 중요한데, 간호법이 공포되면 갈등이 심화해 국민 건강에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간호사 인력이 의료기관(병·의원) 밖에서 일할 수 있게 되면 기존 의료체계가 붕괴하고, 의료사고 등의 책임 규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의료기관 내 간호사 인력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간호조무사의 학력 상한을 규정한 조항도 반대 이유로 들었다.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305161053001
-간호법이 무엇이길래.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의 자격, 업무 범위, 책무, 처우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법이다. 간호법이 시행되더라도 당장 환자들이 체감할 만한 실질적인 변화는 없다.
간호사들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높아진 지역사회 의료·돌봄서비스 욕구에 부응하고, 열악한 간호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간호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역사회 돌봄’은 간호법을 둘러싼 찬반 논쟁의 핵심 쟁점이다. 간호사들은 지자체 보건소의 각종 보건복지 사업에 이미 많은 간호사가 투입돼 있는데도, 의료법에 매여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6일 브리핑에서 “향후 산재한 법·제도를 정비해 수요자 중심의 의료, 요양, 돌봄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단, 정부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은 의료법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본다.
-13개 보건의료 직역들이 반대한 이유는.
의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요양보호사 등 간호사를 제외한 13개 보건의료 직역 단체들은 간호사의 업무 영역이 확장하면 자신들의 영역이 줄어들 것이라 우려한다. 간호법 제1조에 업무범위 중 ‘지역사회’란 단어를 근거로 간호사들이 돌봄기관을 세우고 독자적인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가 독자적 의료행위는 할 수 없지만 간호법이 제정되면 시행령이나 법 개정을 통해 간호사의 단독 개원 가능성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
간호조무사들은 간호법 중 ‘간호조무사 자격시험 응시 자격 학력 상한 조항’을 문제 삼는다. 학력 상한은 의료법도 간호법과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어 정부는 의료법 개정을 검토키로 했다.
-“윤 대통령 간호법 제정 약속” vs “민주당 입법 독주”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은 2021년 국민의힘 최연숙·서정숙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을 묶은 대안이다. 간협은 “간호법은 여야 합의로 출발했고 국회법에 따라 2년간 4차례 법안심사 등의 적법한 절차를 통해 심의·의결됐다”면서 2022년 3월2일 당시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정책본부장과 간호법 제정을 약속한 정책협약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해 5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된 상태에서 민주당 주도로 지난 2월 복지위 표결로 본회의로 직회부된 후, 지난달 27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복지위를 통과했을 때부터 직역 간 갈등은 예상됐으나, 지난 1년간 당정의 중재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정부가 의사 편을 든다는”데?… 중재안은 왜 힘을 못 쓰나.
간협은 “정부·여당이 간호법 거부권을 행사하는 이유는 의사단체 논리와 같다”라고 주장한다. 당정은 간호법 본회의 최초 표결 일정(4월13일) 이틀 전에야 중재안을 내놓았다. 골자는 법안 이름을 간호사 처우개선과 관련한 것으로 바꾸고 간호사의 업무범위는 그대로 의료법에 두는 것이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간호사 처우개선책도 발표했다. 간협은 “간호법의 핵심은 간호사 처우개선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 규정하고자 한 것’”이라며 중재안을 받지 않았다.
-간호사들은 단체행동에 나서나.
간협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간호법 재의결을 요구했다. 간협은 내년 총선기획단을 꾸려 국민의힘을 대상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 간호법이 최종 부결될 시에는 단체행동도 시사했다. 파업은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다. 면허 반납, 1인 1정당 가입하기 등이 거론된다. 대형병원 의사의 일부 의료행위를 대신하는 PA(진료보조인력) 간호사들이 준법투쟁에 나서면 의료공백 가능성이 커진다. PA 간호사들은 수술실 등에서 절제, 봉합 등 의사가 해야하는 의료행위 중 일부를 대신한다. 현행 의료법상 불법이다. 준법투쟁은 곧 이런 의료행위를 중단하는 것으로서 수술실 등 의료현장에서 일부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5161211001
-정부 대응은.
복지부는 간호사단체의 단체행동 및 정부의 대응은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서는 의료공백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6일 브리핑에서 “의료법이나 노동조합법,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서, 또한 보건의료 재난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에 따라서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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