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 광주, 빛나는 청년들의 마지막 모습을 찍다 [포토]

곽윤섭 2023. 5. 1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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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 그날의 진실]서울서 열리는 광주 5·18 특별기획전 ‘나는 시민군이다’
금남로 광수 1호로 지목되었던 시민군 차복환 씨 1980. 5. 22 광주. 이창성 사진, 눈빛 제공

광주 5·18 43주년 기념 특별기획전 이창성 사진전 ‘나는 시민군이다’가 5·18 기념재단과 눈빛출판사 주최·주관으로 1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인덱스에서 열린다. 17일 오후 4시 전시장에서 열리는 개막행사에는 5·18 당시 시민군 방송요원으로 활동했던 차명숙씨와 ‘금남로 광수 1호’로 지목되다가 근년에야 신원이 확인된 차복환 씨가 참석한다.

1980년 당시 중앙일보 사진부 이창성 기자는 출장명령을 받고 광주로 내려가 광주항쟁의 현장을 기록했다. 이번 전시에는 흑백 30점, 컬러 10점이 전시된다. 시민들과 계엄군의 대치현장 그리고 계엄군 철수 후 시민군의 활동 등이 포함되어 있다. 주최 쪽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5·18 현장인 광주를 벗어나 서울에서 열리는 첫 번째 5·18 기록사진전이다. 5·18 전체의 전개과정보다는 ‘시민군’으로 주제를 압축했다.

사진을 보면 계엄군이 물러간 이후 광주 시내는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시민군은 당시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계엄군의 과잉진압에 맞서 광주시민들이 자체 결성한 자위조직이라는 사실을 읽을 수 있다. 비록 일부가 총기와 군 장비로 무장했으나 연령대, 복장 및 구호 등을 보면 시민군은 잘 훈련된 군사조직이 아니라 무장한 계엄군에 맞서 시민을 보호하려 한 조직이었음을 알 수 있다.

교통통제 중인 시민군. 이창성 사진 눈빛 제공
방석모와 총기로 무장한 시민군. 이창성 사진 눈빛 제공

현장에서 사진을 찍은 이창성씨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나는 니콘 카메라 두 대와 광각렌즈, 200㎜ 줌렌즈를 들고 19일에 광주로 갔다. 아직도 21일 밤의 그 순간이 생생히 떠오른다. 밤새 교전이 벌어졌는데 서울서 내려온 기자들은 여인숙에 갇혀 있다시피 했다. 여인숙 마당에 있던 거울이 총에 맞아 깨졌던 기억도 난다. 바깥에 나갈 수가 없었다. 그때 현장을 지키지 못한 것이 지금도 후회스럽다”며 총격전이 있었던 그날 밤의 두려움을 전했다. 이어 “새벽 6시쯤에 카메라를 놓고 혼자 나와 지휘본부를 찾아갔다. 원래 무등산에 있었는데 도청으로 옮긴 다음이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역사에 남겨야 한다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1975년 판문점에서 벌어진 미군 헨더슨 소령이 북한군에게 구타당한 사건의 사진을 찍은 것이 바로 본인이다. 사진이 있어야 역사로 남는다. 지프 한 대에 호위병까지 한 명 붙여줘서 광주 시내를 2시간가량 돌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며 사진취재를 위해 시민군을 설득했던 과정을 설명했다. “호위병까지 있었지만 ‘왜 사진을 찍느냐?’ 며 공포탄을 쏘는 시민군도 있었다. 다른 기자들이 뒤늦게 카메라를 들고나올 무렵엔 광주 시내는 이미 질서를 잡아가는 중이었다. 상당수 시민군이 총기를 내려놓고 있었다. 다리가 풀려 여인숙으로 돌아오던 중에 총과 몽둥이를 든 시민들이 쫓아왔다. 개머리판으로 맞고 도청으로 끌려갔는데 ‘취재를 허락해준 사람이 맞다’라는 확인을 받고 풀려날 수 있었다”고 80년 광주를 회상했다.

이씨는 “나의 사진기자 생활 30여년의 절정은 광주 5·18 취재였다. 그만큼 혼신의 노력을 쏟았고 열정적이었는데 그것은 1980년 5월이 내게 부여한 의무였다. 시민군 사진의 대부분은 그들의 이 세상 마지막 모습이다. 그들이 모두 빛나는 청년기의 젊은이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는 순전히 그들의 희생 덕분이다. 나는 다만 역사의 기록자로서 그 현장에 있었을 뿐이다. 그때 찍었던 사진이 2300컷 정도 되는데 아직 공개하지 못한 사진들이 많이 있다. 중요한 50컷 정도를 보완해서 다시 사진집으로 묶어 역사의 기록을 완벽히 남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의 사진을 중심으로 2008년 <28년 만의 약속(이창성 사진집)>을 냈던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따라서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북한군 투입설이나 불온세력, 부랑 집단이란 억지와 오명을 불식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광주는 광주만의 행사가 아니라 전 국민의 행사가 되어야 한다. 이창성 선생 뿐만 아니라 나경택, 신복진의 사진 속에서도 많은 진실이 드러나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사진을 잘 보지도 않고 다른 소리를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 진상은 사진 속에 다 있다”고 말했다.

금남로에서 교통 통제하는 시민군. 이창성 사진 눈빛 제공
시민군들. 이창성 사진 눈빛 제공
시민군. 이창성 사진 눈빛 제공
의사가 동승한 시민군 구호 지프가 광주 시내를 돌고 있다. 이창성 사진 눈빛 제공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 눈빛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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