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맥주 점유율 50% 목표, ‘켈리’는 그 시작” 35년차 ‘하이트맨’의 작심 [푸드360]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테라만으로는 30% 후반까지 (시장점유율을) 가져왔습니다. 국내 맥주 시장점유율(MS)을 50%를 넘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가 신제품 ‘켈리’를 향한 지원 사격에 직접 나섰다. 김 대표는 1989년 하이트맥주(옛 조선맥주)에 입사, 2011년 대표이사가 된 후 4연임 중인 35년차 ‘하이트맨’이다. 대표 취임 12년 만에 언론 인터뷰에 나선 그는 “그동안 맥주 시장의 부진으로 쉽사리 나서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켈리를 향한 각오가 남다름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출시 간담회 때와 동일한, 켈리 병 색상을 닮은 오렌지색 넥타이를 매고 1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호텔에서 취재진을 만났다. 그는 “예상보다 빠른 켈리의 선전에 6~7월 생산량을 배로 늘렸다”며 자신감 있는 표정을 보였다.
그는 “(켈리 출시일인) 4월 4일부터 5월 12일까지 하이트진로가 643만케이스를 팔았는데 전년 동기(516만) 대비 약 25% 더 팔린 셈”이라며 “제품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신제품이 기존 주력상품 매출을 떨어뜨리는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같은 기간 테라는 358만상자가 팔려 지난해 동기 대비 30만상자(8.37%)가 더 팔렸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최장수 주류회사로 ‘참이슬’, ‘진로이즈백’ 등 소주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66%를 상회하며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맥주 시장에서는 40%대 점유율을 보이는 오비맥주 ‘카스’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맥주 ‘하이트’를 통해 1위를 지켰지만 치고 올라온 카스에 2012년 1위 자리를 내줬다. 김 대표가 취임(2011년)한 다음 해에 일어난 ‘역전’이기에 그는 하이트진로의 자리를 되찾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 보였다. 하이트진로는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맥주 시장 1위를 탈환하겠다는 목표로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 사이 8조원 규모의 한국 주류 시장도 변화를 거듭했다. 성장이 둔화됐고 즐기는 술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기저에는 건강, 취향, 코로나19, 인구 감소 등이 복잡하게 엮여 있다. 무알코올 음료와 제로소주·전통주가 인기를 얻었고 최근에는 위스키, 믹싱주 돌풍이 불고 있다. 2020년까지 감소세였던 맥주 시장 규모(는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3조6260억원) 소폭 증가했다. 반대로 희석식 소주 시장 2019년(3조7382억원)까지 커졌다 2년 연속 감소해 2021년 기준 출고 금액 기준 3조5450억원 규모다.
경쟁 상대도 넓어졌다. 김 대표는 “(큰 틀에서) 경쟁자는 오비맥주나 롯데칠성음료가 아니다”며 “넷플릭스, 스포츠, 여행, 영화, 독서, 음악 같은 소비자가 술 대신 시간을 보내는 모든 것이 주류 산업의 경쟁자”라고 강조했다. “페어링 푸드 등 술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 문화, 트렌드 속에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목표인 시대”라며 주류업계의 고민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 코로나19 이전 데이터는 보지도 말라고 할 정도로 소비자의 트렌드와 성향이 바뀌었다”면서 “달라진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장수 제품이 나오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출시한 테라가 지난해 연간 판매량 10억병을 돌파한 것으로 사실상 최대치에 달했다고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4월부터 테라와 올 몰트(맥아 100% 사용) 맥주인 켈리를 동시에 내세우는 일명 ‘쌍끌이’ 전략을 추진 중이다. 대신 맥주 시장 볼륨을 키우고 테라를 선택하지 않았던 이들까지 켈리를 통해 하이트진로의 소비자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하이트진로는 당분간 가격 인상은 없다는 기조를 지켜나갈 방침이다. 3월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공지했지만 상황이 좋지는 않다. 소주의 경우 4월 18일자로 원재료인 주정가를 9.8% 인상한다는 통보를 받은 상황이다. 여기에 올 몰트 맥주 켈리의 원재료는 덴마크 맥아라, 원재룟값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김 대표는 “저희가 99년간 대한민국 대표 주류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소비자와 시장의 사랑 덕분”이라며 “우선은 원가에 대한 부분을 기업이 안고 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39% 늘어난 6034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4% 감소한 387억원으로 집계됐다. 켈리 출시를 위한 광고판촉비 등 지출이 늘어난 게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테라도 출시 첫 해(2019년) 1분기 4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해 하이트진로의 전체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4% 줄었다. 다만 테라는 1년 만에 하이트진로의 맥주 부문을 7년 만에 흑자 전환시키는 기염을 토해냈다. 켈리가 또 하나의 성공 사례가 될지는 엔데믹 후 첫 여름인 7~8월이 중요한 시점이 될 전망이다. 내년 창립 100년을 앞둔 하이트진로가 켈리를 통해 소주·맥주 1위를 달성할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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