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선이 대리전?…"에르도안 성패에 서방-러 희비 갈려"
CNN "'스트롱맨' 에르도안 운명, 민주주의 앞세운 바이든에게도 중요"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지난 14일(현지시간) 치러진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에서 최종 승자를 확정하지 못하면서 결선 투표까지 '운명의 2주'가 시작됐다.
1차 투표 1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2위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를 두고 오는 28일 진행될 결선 투표는 세계적으로도 대형 정치 이벤트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결선 투표 결과는 튀르키예를 20년간 통치한 '스트롱맨'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과 터키 국민의 삶에 국한되지 않고 국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의 연임을 둘러싸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어 이번 대선은 사실상 이들의 대리전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튀르키예 대선 결과가 민주주의 가치를 내세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중요한 변수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에르도안 패배 바라는 서방…러시아와 튀르키예 밀착 걱정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는 '내정 간섭'으로 비칠 우려에 튀르키예 대선 관련 언급에 신중한 모습이지만 속내는 분명해 보인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5일 "에르도안의 패배는 서방에 안도감을 주고 러시아에는 불안감을 초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친(親) 러시아 외교 노선이 못마땅한 서방 국가들에 그의 대선 패배는 기쁨이 될 것이라는 게 NYT의 진단이다.
카를 빌트 전 스웨덴 총리가 지난 12일 "우리는 모두 더 편안한 튀르키예를 원한다. 터키는 에르도안의 통치 아래 유럽연합(EU)에 더 골칫거리 파트너가 됐다"고 언급한 것은 서방의 이러한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작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원유 수입을 비롯한 각종 제재에 나섰지만 튀르키예는 동참하지 않았다.
튀르키예는 오히려 러시아산 원유를 대규모로 수입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곡물의 해상 수출길을 열어준 '흑해 곡물 협정'을 주도하는 등 '중재자' 역할을 내세우기도 했지만 서방 입장에서는 불만거리가 더 있다.
튀르키예는 유럽 중심의 집단안보 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도 스웨덴의 회원국 가입을 막으며 딴지를 놓고 있다.
튀르키예에서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스웨덴이 옹호한다는 이유에서다.
튀르키예는 나토에서 군사력이 강한 회원국으로 꼽히는데 대(對) 러시아 연합전선에 동참하기는커녕 반기를 드는 상황이어서 다른 회원국들을 답답하게 한다.
아르다 툰자는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튀르키예는 정신적으로 나토 회원국이지만 서방으로부터 이탈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더는 나토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집권 성공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미소 짓게 할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 대신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당선될 경우 나토,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튀르키예와 러시아의 관계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러시아와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중립 외교를 고수할지는 불분명하다고 NYT는 분석했다.
이달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를 통해 나토에서 튀르키예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당선되면 바이든의 민주주의 확산에 찬물
튀르키예 대선은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미국의 외교정책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 CNN 방송은 15일 "에르도안의 운명은 바이든과 미국에도 중요하다"면서 세계적으로 권위주의 지도자 '스트롱맨'이 건재한 상황을 짚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갈수록 국수주의적 면모를 보이고 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추진해 반발을 샀다.
미국 내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차기 대권 선두 주자로 떠오르는 등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작년 11월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독립적 사법 시스템을 무너뜨리겠다고 약속하고 과거 집권 시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같은 독재자들과 만남을 즐겼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당선되면 바이든 대통령이 추구하는 민주주의 가치 확산에 어긋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CNN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새 임기에서 자유를 더 위축시키면서 서방 지도자들을 계속 당황하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비해 에르도안 대통령에 맞서는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튀르키예에서 야권 탄압을 끝내고 민주주의를 복원하겠다고 강조해왔다고 CNN은 덧붙였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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