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중국 광부 피살 미궁 속…"中 해외안보 부담 드러내"
"분쟁 지역에도 中 기업 적극 진출…中정부, 현지 용병 의존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올해 3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일하던 중국인 광부 9명 피살사건의 경위와 배후가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상황은 중국 정부가 새로이 직면한 안보 문제를 드러낸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지난 3월 19일 중아공 중부 와카주 밤바리시 침볼로 광산에서 무장 괴한의 공격으로 중국 골드코스트그룹 소속 광부 9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중아공 정부는 한 달 뒤 국내 반군 단체 '변화를 위한 애국자 연합'(CPC)의 소행이라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CPC는 포스탱 아르샹제 투아레데 중아공 대통령 축출을 위해 결성된 반군 단체로 2020년 12월부터 활동해왔다. 중아공 정부는 사건 직후부터 CPC를 배후로 지목했지만, CPC는 결백을 주장하며 러시아 민간 용병 단체 '바그너 그룹'을 비난한 바 있다.
아르노 주바예 아바제네 중아공 법무장관은 4월 기자회견에서 "중국인 광부 살해 사건이 CPC의 소행이라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별다른 증거를 공개하진 않았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을 거부하며 "범인들을 붙잡아 증거를 압수하고 잔당을 퇴치한 러시아 우군에게 대통령이 사의를 표했다"고만 했다.
현지 당국의 최종 수사 결과가 나왔지만 공격 동기와 방법에 관한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다.
한 외교관에 따르면 사건 현장에는 원래 광부들을 보호할 중아공 군인이 12명 이상 배치돼야 했는데 공격 당일엔 4명만 있었다. 이들 4명은 모두 살아남았다.
피해자들 시신은 사건 직후 모두 화장됐고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중아공 현지의 한 시장은 숨진 광부들이 가까이에서 총에 맞았다고 했으며, 중아공과 서방 관리들이 공유한 사진을 보면 무장 괴한들은 마치 어떤 메시지를 보내려는 듯 시신들을 붉은 진흙탕에 엎은 채 일렬로 늘어놨다.
분석가나 서방 외교관 가운데는 이번 사건이 과거 현지 반군이 중국인들을 공격했던 과거 방식과 맞지 않는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보통의 반군 그룹은 중국인 노동자들을 납치한 뒤 고용주로부터 몸값을 뜯어내 왔다는 점에서 이런 '처형식' 살해는 굉장히 이례적인 형태라는 것이다.
바그너 그룹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증거는 밝혀진 바 없지만, 사건 맥락 곳곳에서 이들이 등장한다.
2018년부터 중아공에서 세력을 확장해온 바그너 그룹은 투아레데 대통령에게 개인 경호와 정치적 지원을 제공해주고 다이아몬드와 금, 목재 채취권을 얻어냈다.
바그너 그룹은 자원이 풍부한 지역들에서 반군을 몰아냈고, 이렇게 밀려난 반군은 몸값을 노리고 외국인을 납치하는 일에 나섰다고 NYT는 설명했다.
사건 배후로 지목된 CPC가 반발하면서 내세운 논리도 이런 구도와 관련된다. 침볼로 광산 일대는 바그너 그룹과 중아공 군대가 통제하는 곳으로 반군 세력이 "바그너에 의해 궁지에 몰릴까 봐" 활동을 피하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의문투성이인 이번 사건은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중국 정부가 맞닥뜨릴 안보 문제 역시 엄중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보여준다고 NYT는 짚었다.
중국 기업활동이 세계 곳곳으로 급속히 확장하면서 불안정한 현지 정부와 무장세력 간 분쟁이 벌어진 지역 한복판에 발을 들이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제임스타운 재단의 중국 대외정책 분석가 존 판 아우데나런은 중국군이 국방력을 국경 바깥으로 투사할 능력은 제한돼있고 해외에 내보낸 군대도 최소한에 그친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경제적 야심과 해외 안보 체계 사이에 틈이 벌어지고 중국은 자국민 보호에 현지 군이나 용병, 민간기업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해외 자국민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도록 정부를 압박하는 등 민족주의 이미지를 내세워왔다고 NYT는 짚었다.
중국에서 바그너 그룹의 연루 가능성에 관한 의혹 제기 역시 민감한 사안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우크라이나전 와중에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와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인플루언서'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바그너 그룹을 비난하는 사람은 중러관계를 약화하려는 것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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