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집권 2년차 시작은 '거부권 행사·날선 비판' 왜?

박종진 기자, 안채원 기자 2023. 5. 1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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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5.16.

윤석열 대통령의 정부 출범 2년차 첫 국무회의 의결사항은 간호법 제정안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였다. 양곡관리법에 이어 40여일 만에 2호 거부권이 나왔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독주에 또 한 번 제동을 걸면서 내년 총선까지 강 대 강 대치를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취임 2년차 국정운영 각오를 밝혔다.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생중계됐다. 대국민 메시지 성격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간호법에 대해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거부권 행사 의지를 밝히기에 앞서 전임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일주일 전 국무회의 취임 1주년 메시지에서 윤석열 정부 1년을 "무너진 시스템을 회복"하는 시간으로 규정한 데 이은 연장선이다.

재정부터 전기료 인상까지 '文정부' 비판
문재인 정부의 비정상적 정책들이 초래한 결과를 조목조목 거듭 지적하면서 출범 2년차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비정상의 정상화, 반시장 정책의 전환 등 국가의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국민들께서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더욱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되겠다"며 "우리 정부는 과거 포퓰리즘과 이념에 사로잡힌 반시장적 경제 정책을 자유시장 경제에 기반한 시장 중심의 민간 주도 경제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국가재정부터 부동산 정책, 에너지 정책 등 전 분야를 망라하면서 차별화를 강조했다. 국가재정에서는 "방만 재정에서 건전 재정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며 "방만한 지출로 감내할 수 없는 빚을 떠넘기는 것은 미래세대에 대한 약탈"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5.16.

사회적 문제가 된 전세 사기도 문재인 정부의 반시장 정책에 따른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 때문이라고 재차 비판했다. 탈원전과 방만한 지출이 초래한 한전 부실화 문제를 언급하면서 전기료 인상 또한 "정치 이념에 매몰된 국가 정책이 국민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 의지도 전임 정권과 차별화를 내세웠다. 역대 처음으로 조합비 사용내역 은폐 노조에 대한 과태료 부과와 현장 조사 실시 성과를 말했고 교육개혁에서는 정치 이념적 교육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밝혔다. 연금개혁 역시 "과거 정부에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연금 개혁을 위한 준비를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총선 1년도 안남았는데…'대국민 설득' 절박함
취임 1주년을 전후해 줄곧 문재인 정부 비판, 민주당 독주 견제 메시지를 내놓는 건 대국민 설득의 절박함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복합 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직전 정권의 정책 방향을 전반적으로 모두 바꿔야 하는 만큼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기료, 가스비, 기타 생필품 등 유가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문의 물가상승 우려가 또다시 불거지고 무역수지 적자는 1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건전 재정 기조로 정부의 돈 풀기는 제한되고 민간 주도의 정책 방향이 성과를 내기에는 아직 시간이 걸린다. 내년 총선까지는 1년도 안 남았다. 윤석열 정부로서는 '나라가 무너진 시스템을 복구하고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국민이 신속히 체감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적극 알려야만 한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5.16.

윤석열 정부의 상징인 3대 개혁도 집단 간 마찰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 설득이 관건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1주년 당일인 10일 국무위원 오찬에서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우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만 대한민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확신한다"고 했고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개혁은 언제나 이권 카르텔의 저항에 직면합니다만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확신이 확고한 만큼 타협의 여지는 사실상 없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이어 '김남국 코인사태'를 맞아 최악의 위기로 내몰린 민주당으로서도 정부 비판 수위를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내년 총선까지 정치는 실종되고 입법 독주와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는 양상이 벌어질 전망이다. 정부의 주요 추진과제 또한 국회에서 발목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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