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언더사이즈는 기피대상? LG의 드래프트 소신지명, 뉴 필승조 만들다[SS시선집중]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편견에 사로잡히면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 구단의 미래를 결정하는 신인 드래프트가 그렇다. 남들과 같은 길을 갔다가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때로는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LG의 드래프트가 그랬다. 구단이 꺼리는 대졸 선수 혹은 작은 체구의 선수를 선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당시 선택은 최고의 결과를 낳고 있다. 올시즌 새로운 필승조를 구성하고 있는 유영찬(26)은 건국대를 졸업하고 2020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전체 43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았다. 고졸 신인 박명근(19)은 2023 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27순위로 LG가 선택했다.
이들의 미래를 알았다면 지명순위는 훨씬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드래프트 당시에는 유영찬과 박명근 모두 선택을 주저할만한 이유가 있었다. 유영찬은 4학년 시즌 평균자책점 6.82의 대졸 투수. 박명근은 신장이 작은 사이드암 투수였다. 하지만 LG 스카우트팀은 이들을 지명 후보군에 넣었다.
LG 백성진 스카우트 팀장은 2020 드래프트 당시 유영찬에 대해 “대학 시절에도 구속과 변화구 구사 능력이 좋은 투수였다. 무엇보다 투구폼이 예쁜 게 지명하게 된 계기였다. 기록이 떨어질지 몰라도 이러한 투구 메커닉이면 프로에서 힘이 붙고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봤다”며 “대학 선수인 것은 딱히 의식하지 않았다. 대학 선수 의무지명도 있지만 그냥 좋은 선수를 뽑고 싶어서 뽑았다”고 돌아봤다.
프로 입단 후 빠르게 군복무에 임한 유영찬은 지난해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군전역 후 이따끔씩 자신을 괴롭혔던 팔꿈치 통증에서 벗어났고 올해 처음 1군에 올라 재능이 만개하고 있다. 시속 140㎞대 후반 포심 패스트볼의 무브먼트가 뛰어나고 종으로 움직이는 슬라이더와 스플리터도 날카롭다.
백 팀장은 “영찬이는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게 좋은 투수다. 그래도 결국에는 1군에서 이 선수를 써줘야 선수가 더 발전할 수 있는데 다행히 감독님께서 영찬이를 좋게 보시고 곧바로 1군에 올리셨다. 스카우트팀 입장에서 이런 부분이 감독님께 참 고맙다”고 말했다.
박명근은 고교시절부터 유명했다. 2023 드래프트 최고 사이드암 투수로 꼽혔고 청소년세계선수권대회에도 승선했다. 아무리 신장이 작아도 강한 구위와 빠른 슬라이드 스텝 등을 고려하면 늦어도 2라운드에서는 호명된다는 전망이 많았다.
백 팀장은 “명근이가 3라운드까지 올 줄을 정말 몰랐다. 우리도 3라운드 지명 대상자로 다른 선수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까지 왔다. 당시 정말 잘 됐다고 생각하면서 명근이를 선택했던 게 지금도 기억이 난다”며 “보통 작은 체구로 인해 체력에서 걱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그 부분을 유심히 보고 있기는 하다. 지금까지는 공의 구속이나 무브먼트 모두 잘 유지되고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박명근은 단순한 활약을 넘어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빠르게 필승조로 올라서 12연속경기 무실점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후반을 책임지는 투수로서 때로는 세이브도 올리며 고우석의 부상 공백을 메운다. 지난 3년 동안 LG가 자랑한 젊은 필승조 3인방(고우석, 정우영, 이정용)이 고전하지만 또 다른 젊은 필승조로 뒷문을 지키는 LG다. 함덕주까지 부활하면서 새로운 필승조 3인방(함덕주, 박명근, 유영찬)을 완성했다.
LG는 드래프트 권한 대부분을 스카우트팀에 일임한다. 차명석 단장은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는 나도 함께 본다. 하지만 4라운드부터는 모두 스카우트팀이 결정한다”며 “상위 라운드도 스카우트팀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스카우트보다 선수를 많이 본 사람이 없지 않나. 드래프트마다 우리 스카우트의 눈을 믿고 따라간다”고 말했다.
스카우트들은 편견없이 선수들을 평가하고 그들의 미래를 내다봤다. 그러면서 드래프트마다 굵직한 결과가 나온다. 남들이 피하는 작은 체구, 대졸 선수라도 남다른 장점이 있다면 놓치지 않는다.
이미 성공사례도 있다. 리그에서 가장 정교한 타자로 올라선 문성주는 2018 드래프트 10라운드 전체 97순위로 지명됐다. 대졸에 작은 체구지만 백 팀장은 고교시절부터 문성주를 눈여겨봤다. 고교 시절과 대학 시절 홀로 늦은 밤까지 훈련하는 문성주의 자세를 높게 평가해 그를 호명했다. 문성주는 지난주까지 타율 0.339로 이 부문 5위, 출루율 0.432로 이 부문 2위에 자리하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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