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아픔 되풀이 안할 것"… 헝가리 국회의장의 다짐 [김태욱의 세계人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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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목받는 유럽 국가가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가입국인 헝가리는 개전 이후 줄곧 러시아와 소통 창구를 유지하고 있다.
헝가리는 법인세 최고세율도 유럽 최저 수준인 9%에 불과하다.
- 헝가리는 유럽 전기차 제조 산업의 요충지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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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19년부터 헝가리 투자 1위… "SK온·삼성SDI, 현지에 배터리 공장 건설 감사"
헝가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균형 외교' 정책 때문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가입국인 헝가리는 개전 이후 줄곧 러시아와 소통 창구를 유지하고 있다. 헝가리는 대외적으로 EU의 대러 제재에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다. 헝가리는 그린필드 투자(현지 법인 설립 후 공장 운영)로도 주목받고 있다. SK온과 삼성SDI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은 이미 헝가리 현지에 법인과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헝가리는 법인세 최고세율도 유럽 최저 수준인 9%에 불과하다. 유럽 중부에 위치해 7개 국가와 국경을 접한다는 점에서 지리적 이점도 크다.
머니S는 헝가리의 현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라슬로 쾨비르 헝가리 국회의장과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진행한 이번 인터뷰는 쾨비르 국회의장이 지난 6일 방한하면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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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헝가리에 무려 82억달러(약 11조원)나 투자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헝가리 투자 1위 국가다. 지난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은 헝가리의 4대 투자국이다. 지난해 양국 교역액이 69억5000달러(약 9조2000억원)에 이르는 점만 봐도 한국과 헝가리가 얼마나 밀접한지 알 수 있다. 헝가리 현지에는 이미 200여개의 한국 기업이 법인·지사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1만8000여명 규모의 현지 고용 효과를 창출해냈다.
- 헝가리는 유럽 전기차 제조 산업의 요충지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중국 기업 CATL이 헝가리에 76억유로(약 11조1000억원) 투자를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중 2곳(SK온, 삼성SDI)은 일찌감치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했다.
▶훌륭한 노동력이 오늘날 헝가리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헝가리의 노동력을 '값싼 노동력'으로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우수한 노동력이 오늘날 헝가리를 만들었다. 헝가리는 공산권 붕괴 직후 높은 실업률에 직면했다. 하지만 우수한 노동력 덕분에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대규모 외투를 유치했다. 그린필드 투자도 대거 시작됐다. 물론 지난 10년 동안 헝가리의 임금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EU의 개방된 노동 정책으로 고급 기술자의 유출을 막기 위해 각종 방안도 마련해야 했다. 헝가리가 지난 2010년부터 법인세를 크게 낮춘 배경이다. 헝가리는 법인세를 서유럽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낮췄다. 지난 10년 동안 긍정적인 변화도 생겼다. 외국 기업들이 헝가리를 생산기지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의 협력국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 헝가리의 그린필드 투자 활성화는 낮은 법인세와 저렴한 인건비, 지리적 이점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춰 이뤄졌다. 하지만 EU 지침에 따라 앞으로 글로벌 대기업 법인세 최저세율이 기존 9%에서 15%로 높아진다. 헝가리의 매력도가 하락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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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는 끝없는 외세의 침략과 간섭에 시달렸다. 가령 독일은 나치가 통치할 때까지 끊임없이 우리에게 '영향'을 끼쳤다. 특히 오스만제국이 헝가리를 150년 지배했을 당시 우리는 국토가 세 갈래로 찢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 1920년대 서방은 헝가리를 분리하기도 했다. 우리는 러시아 공산주의 체제도 겪었다. 이런 역사는 우리에게 두 가지 교훈을 남겼다. 하나는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두번째는 평화 시국에도 항상 균형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점이다. 50년 동안 소련 지배를 통해 헝가리 국민은 큰 피해를 입었다. 지난 1956년 헝가리가 러시아에 대항해 자유 항쟁(1956년 헝가리 혁명)을 펼치자 서방은 우리를 외면했다. 서방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우리는 지난 1956년 혁명에 자부심을 느끼지만 오늘날 러시아를 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헝가리의 대러시아 정책이 궁금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주권 침해를 규탄한다. 러시아의 가혹한 전쟁범죄도 규탄한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헝가리를 통해 서방으로 피난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돕는 이유다. 헝가리 비영리 단체들도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수 없다. 서방의 무기가 헝가리 영토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도달하는 것도 수용할 수 없다. 서방 유럽에서 러시아에 가하는 제재에도 동참할 수 없다. 헝가리 등 EU에 심각한 경제적인 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헝가리는 EU 회원국으로서 대러 제재에 반대표를 행사하지 않았지만 최대한 빨리 대러 제재를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헝가리의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율은 80%, 원유는 100%에 육박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러시아와 교역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헝가리는 50년간 러시아의 지배를 받을 당시 서방을 러시아로부터 막아주는 최후의 방패 역할을 수행했다. 우리는 과거와 같은 아픔을 또 겪을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거대 세력들이 과거와 같은 블록화(탈세계화)를 희망한다고 생각한다.
- 거대 세력들의 '블록화 희망'을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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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헝가리를 방문한 이유도 평화와 관련 있지 않을까 싶다. 헝가리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국가다. 물론 우리는 중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워낙 큰 세력들이 (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제약만 아니라면 피스(평화·Peace) 메이커 역할을 수행하고 싶다. 한가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헝가리도 우크라이나의 소수 민족 정책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헝가리 소수 민족에게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안타깝다. 헝가리는 양측(우크라이나·러시아)과의 협력에 방점을 둘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한국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지난 1989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헝가리와 수교를 맺었다. 헝가리는 한국이 수교한 최초의 동유럽 공산권 국가다. 이후 삼성전자가 헝가리에서 TV 생산에 나섰다. 이렇게 시작된 양국 협력은 현재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었다. 헝가리 정부·여당과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동방정책을 표방한다. 아시아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한국·중국과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헝가리에서 대규모 R&D를 진행하길 희망한다.
김태욱 기자 taewook970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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