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예술은 ‘범상치 않은 물’

2023. 5. 1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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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 하나에도 예(藝)의 경지가 있고, 캐주얼한 기호나 낙서의 수준이 있다.

퍼포머, 비평가로 활동 중인 윤진섭이 헬로우뮤지움에서 '예술은 물', 그것도 '심심한 물'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예술의 지나친 권위주의, 경건주의를 극복하고자 한 오랜 담론의 한마당을 펼친 것이다.

신비주의의 베일을 걷어내면서 예술은 그렇게 창출될 수도 있음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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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언 미술평론가
윤진섭, 오더, 33×120㎝, 혼합재료, 2022.

글씨 하나에도 예(藝)의 경지가 있고, 캐주얼한 기호나 낙서의 수준이 있다. 태산처럼 묵직하면서도 살아 움직이는 석전의 악필(握筆) 서체 같은 것을 도(道)라 칭하며, 최고의 서품(書品)을 부여하곤 한다. 예술이란 무얼까. 아무리 문외한이라도 내면에서 뜨거움이나 울컥하는 감정 같은 것으로 다가오는 그 무엇이 아닐까.

퍼포머, 비평가로 활동 중인 윤진섭이 헬로우뮤지움에서 ‘예술은 물’, 그것도 ‘심심한 물’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예술의 지나친 권위주의, 경건주의를 극복하고자 한 오랜 담론의 한마당을 펼친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예술은 즐겁고 자유로우며 삶을 행복하게 해주며, 어른에게는 편견을 걷어내게 하는 자리였다.

버려진 박스 위에 폐기물 안료를 부어 ‘흘러라’ ‘흘러라’ 하면서 놀았던 흔적이란다. 그렇게 즉흥적인 심심풀이 행위의 흔적이 액자 안으로 들어가 있다. 그런데 나름 이미지가 어떤 연상 효과도 띠면서 아주 그럴듯한 추상화가 됐다. 신비주의의 베일을 걷어내면서 예술은 그렇게 창출될 수도 있음을 역설한다. 분명한 것은, 이 역시 오랜 예술적 수행과 공력의 결과란 것. 그것은 ‘범상치 않은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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