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유해 성분 종류 수십개인데……'공개 의무화' 또 좌초하나

주동일 기자 2023. 5. 1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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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국내 현행법 따라 담배기업들 니코틴·타르만 표기해와
부처 간 조정 난항으로 '담배사업법' 논의 또 중단 위기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주동일 기자 = 국내에서 담배에 포함된 유해 성분의 종류와 양을 공개하는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대한 법률안' 제정이 또 한번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현재 담배 기업들은 니코틴을 제외한 유해성분을 모두 '타르'로 표기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유해 성분이 들어있는지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이다.

해당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지만,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중 어느 쪽이 주도권을 가져갈 지를 두고 의견이 충돌하면서 제정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논의한 안건 중 '담배사업법개정안'이 제외됐다.

해당 법안은 지난 10년간 표류 중이었다. 3월 23일 해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여야 합의로 통과했지만, 같은 달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또 다른 유사한 법안인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등장하면서 법사위 통과를 앞둔 법안에 브레이크가 다시 걸렸다.

지난 4월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는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담배성분 공개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경제재정소위원회 위원장인 신동근 의원은 "다음 달 (소위원회)하기 전까지 가능하면 두 부처가 조정해달라"고 발언했다. 그 이후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논의를 진행했지만, 각자 입장차만 확인한 채 더 이상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기재위 경제소위 논의 목록에서 담배사업법이 제외됐다. 부처 간 협의가 이뤄지지 못해 5월 논의가 무산된 것이다.

상황이 이러자 내용이 비슷한 유사한 법안을 두고 업무의 소관 부처를 가리다 폐기를 반복하던 일이 이번 국회에서도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법안 통과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면 담배 유해성분 공개를 담고 있는 국민건강을 위한 기초적 법안이 또다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중보건 전문가들 사이에선 "연금 개혁보다 담배 유해성분 공개 더 힘들다"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담배엔 약 4000여 가지 독성 화학물질과 70종 이상의 발암물질이 들어있다. 하지만 국내 현행법에 따라 담배기업들은 니코틴과 타르만을 표기한다.

타르란 '담배 연기 잔여물 총합(Total Aerosol Residue)'을 의미한다. 유해물질의 총량만을 표기해 어떤 유해 물질을 얼마나 함유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는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제정하고 '담배 유해 물질에 관한 정보공개 의무'를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FCTC를 비준하고 있지만 정작 담배 유해 성분 분석과 공개에 대한 규정은 오랫동안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호주·유럽 등에선 2000년대부터 담배 성분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담배의 유해 성분 공개 관련 내용의 법률안은 2013년 유재중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부터 최근까지 약 10년 동안 총 12건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단 한 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기재위에서도 관련 법안 논의는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담배 성분 공개의 주관부처를 기재부와 식약처, 복지부 중 어디로 명시할지를 두고 법안 통과가 좌초될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일각에선 '부처 이기주의'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여야 정치권이 부처에 대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국민 건강은 다른 어떤 논의보다도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주제지만, 부처 간 갈등 때문에 관련 법안이 10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재위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조속히 담배 유해성분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d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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