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1분기 '빨간불'…현대카드 홀로 이익 증가

기사내용 요약
조달비용 상승에 이자비용 상승 여파
현대카드, 영업이익·EBITDA 홀로 늘어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카드업계의 '보릿고개'가 지속되고 있다. 현대카드를 제외한 전 카드사 1분기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조달금리가 여전히 높아 이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부터 소비자 혜택을 축소해 온 카드사들의 행보가 더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하나카드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20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3% 급감했다. 우리카드는 458억원으로 46.4% 줄었고 롯데카드는 544억원으로 40.5% 감소했다. KB국민카드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82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1% 줄었다. 신한카드·현대카드·삼성카드는 한 자릿수 감소했다. 삼성카드는 전년동기보다 9.5% 줄어 145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카드는 전년동기대비 7.9% 감소한 708억원이다. 신한카드는 전년동기보다 5.2% 감소한 1667억원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의 당기순이익은 2조6062억원으로 전년(2조7138억원) 대비 1076억원(4%) 감소했다. 할부카드수수료수익이 3892억원, 기업대출 등 관련 이자수익이 3445억원 등 증가했지만 이자비용이 8254억원, 대손충당금 적립액 증가에 따른 비용이 4503억원 늘고 판관비도 1387억원 증가한 영향이다.

올 1분기 카드업계의 영업이익 감소폭은 더 크게 나타났는데 유일하게 현대카드만 성장세를 보였는데, 957억원으로 전년동기와 비교해 1.5% 늘었다. 반면에 하나카드의 영업이익은 2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6.2% 급감했다. 우리카드는 570억원으로 50.3%, KB국민카드는 1118억원으로 32.5% 각각 줄었다. 삼성카드는 1918억원으로 11.4%, 비씨카드는 115억원으로 66%, 롯데카드는 680억원으로 38.6%가 각각 감소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법인세비용차감전수익)의 경우에도 현대카드가 95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1%로 유일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타 카드사들은 10~60%대 감소했다. 상각전영업이익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자사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건전성 관리에 집중해 왔다"며 "특히 실수요자, 우량고객 중심으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영업 전략을 세웠고 이를 통해 업계 최저의 연체율을 달성하고 전 카드사 중 유일하게 대손 비용이 줄어드는 등 건전성 중심의 관리가 주효했다"고 자평했다.

현대카드의 연체율은 0.9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9%포인트 개선됐다. 1% 이하를 기록한 곳은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연체율과 함께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또 다른 지표로 손꼽히는 대손비용은 62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1% 줄었다.

일각에선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애플페이 '승부수'가 결실을 거두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현대카드의 올 1분기 신용판매 취급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조7021억원(16.2%) 증가했다. 회원수는 1126만 명으로 전년동기(1035만 명)보다 8.8%늘었다. 10~30대가 주로 사용하는 체크카드는 32만2000장 발급돼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5% 급증했다.

현대카드는 정태영 부회장의 강한 의지로 지난 3월 애플페이를 도입한 바 있다. 정태영 부회장은 자신의 SNS에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효과로 신규가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회사 전체적으로는 손익이 감소하더라도 건전성에 최우선을 뒀을 뿐 시장점유율 경쟁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며 "기준금리가 급상승하고 경제지표들이 불안정할 때 외형 경쟁은 무모할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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