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걸린 원전 생태계 복원.."SMR 파운드리 선점 준비하죠" [르포]

[파이낸셜뉴스] "작년 말 신고리 5·6호기 주기기를 납품했고 올해 3월부터 신한울 3·4호기를 위해 공장을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죠"
원자력 공장 작업장(bay) 바닥에는 조립을 기다리는 거대한 주기기 부품들이 띄엄띄엄 도열해있었다. 완성됐을 때 제품의 무게만 533t, 높이 14.8m, 직경 5.5m에 이르는 만큼 원자로 용기를 덮는 '원자로 헤드' 등 일부 부품들은 대형 물탱크의 크기를 능가했다.

15일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원자력공장에서 직원이 교체형 원자로헤드를 살펴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신한울 3·4호기 제작 착수, 후끈한 단조 작업

지난 15일 방문한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본사. 여의도 1.5배에 달하는 이곳은 국가 기간 산업에 필요한 대부분의 초대형 플랜트 설비를 제작하고 있다. 주요 시설로 원자력 공장뿐 아니라, 주조·단조공장, 터빈·발전기 공장, 풍력 공장 등이 있다.

이날 단조 공장에서는 주황색 형광빛으로 달궈진 200t의 합금강이 대형 크레인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1만7000t 규모의 프레스로 압축하는 작업을 시작하자 부스러기에 붙은 작은 불씨들이 아래로 떨어지며 공기를 후끈하게 데웠다. 원자력 발전소 주기기 중 하나인 증기발생기에 사용될 금속 소재를 튼튼하고 강하게 단련하는 과정이다.

이날 '신한울 3·4호 주기기 제작 착수식'을 열며 다시 활기를 띠게 된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은 대형 원전 뿐 아니라 소형모듈원자로(SMR)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선점을 위해서도 준비 중이다.

이동현 원자력BG 원자력공장장은 "이제까지는 대형 원자력 발전소용 주기기를 제작했는데 최근에는 SMR을 위해 총 5개의 작업장 중 2개를 할당해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4월 뉴스케일파워와 SMR 제작 착수 협약을 체결했고, 올해 말부터 원자로 제작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5번째 가스터빈 원천기술, "수소터빈은 선두 설 것"

두산에너빌리티는 터빈 기술 국산화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19년 세계 5번째로 가스터빈 원천기술을 확보해 현재 김포열병합발전소에서 시운전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직원들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최종조립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가스터빈 공장에 들어서자 은색 날개가 다닥다닥 붙은 '로터'가 눈에 띄었다. 로터는 회전에너지를 발전기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축에 회전익과 고정익 블레이드(회전날개)를 천여개 부착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장기간 고온의 환경에서 빠르게 회전하면서 설비가 취약해지기에 이를 방지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이상언 파워서비스BG GT 센터 상무는 "국내서 사용되는 159개의 발전용 가스 터빈이 전부 외국산이라 국내 발전사에서도 국산화 수요가 높았다"며 "2020년부터 국책과제로 수소터빈용 연소기 개발을 진행 중인 만큼 수소터빈 분야에서 선두에 서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풍력 공장에서는 현재까지 약 2000억원을 연구 개발에 투자해 한국형 모델을 개발했다. 현재 국내 발전소에 납품하고 있다. 신동규 파워서비스BG 풍력 담당 상무는 "한국 풍속에 최적화된 모델이라는 점이 경쟁력"이라며 "풍력발전기 1대로 하루에 4300세대가 사용할 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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