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선수, 매니저에서 DB 수석코치로 우뚝...한상민이 이룬 기적 [김 용의 KBL PUB]

김용 2023. 5. 1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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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BL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저는 SK에 제 모든 걸 바쳤다고 자부합니다. 간절함과 진심만 있으면 어떤 일이라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주 DB는 15일 수석코치 선임 소식을 알렸다. '레전드' 김주성 감독이 대행 딱지를 떼고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는 첫 시즌. 김 감독을 보좌할 수석코치가 누구일지에 관심이 모아졌는데, 김 감독과 DB의 선택은 SK의 한상민 코치(42)였다.

한상민이 누구야? 라고 할 수 있다. 선수 시절 주목받지 못했고, 어린 나이에 은퇴했다. SK에서 매니저, 전력분석원을 거쳐 막내 코치까지 14년을 묵묵히 일했다. 팬들은 존재를 잘 알지 못할 수 있지만, SK가 강팀으로 올라서는 데 없어서는 안될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외국인 선수 시장 전문가고, 전희철 감독과 김기만 수석코치가 큰 틀을 짜 선수단을 운영할 때 '엄마'처럼 뒤에서 선수들을 어르고 달래는 역할을 했다.

2015~2016 시즌을 앞두고 치러진 SK 나이츠의 미국 전지훈련. 정식 코치로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설레던 30대 청년이었다. 코치로 코트에 서려면 구두와 벨트가 필요하다며 현지 아울렛 매장을 열심히 돌아다니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덧 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이제 한 팀의 수석코치가 됐다. 무명 선수에서 매니저로 출발을 했는데, 수석코치까지 올랐으니 극적인 반전 드라마다. 한 코치는 "SK에 몸을 바쳤다. 어떤 보직이라도, 어떤 일이라도 진심으로 정말 열심히 했다. 간절함으로 진심을 갖고 일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말을 믿는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스포츠조선DB

경희대를 졸업하고 2004년부터 5년간 DB 전신인 TG삼보-동부에서 뛰었다. 그 때 김주성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다. 그 인연으로 코치 발탁이 된 것일까. 한 코치는 "엄청난 친분은 아니다. 1년에 1번 만날까 말까 하고, 가끔 메시지로 연락을 주고받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DB 관계자도 "업계에는 한 코치의 능력에 관한 소문이 이미 다 나있었다. 김 감독이 그런 한 코치의 능력을 높이 사 구단에 영입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현역 시절 팀의 기둥인 김 감독을 조련(?)하던 후배였다고 한다. 한 코치는 "김 감독님이 심판에 대한 항의가 부쩍 늘어나던 시기가 있었다. 나는 경기에 많이 못뛸 때라 감독님 흥분을 가라앉히느라 바빴다. 그리고 후배인데, 늘 감독님에게 '오늘 경기에 나가서는 이거, 이거만 해라'고 포인트를 잡아드렸다. 나중에는 감독님이 경기 전 '나 오늘은 어떻게 해야해'라고 물어볼 정도였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했다. 이 때부터 한 코치에 대한 김 감독의 믿음이 생겼던 게 아닐까.

수석코치가 됐다고 연봉이 엄청나게 오른 것도 아니다. 한 코치는 "인센티브 금액 등을 포함하면 SK에 있어도 비슷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돈보다 도전이었다. 한 코치는 "그동안은 SK에서 배우는 입장이었다면, 이제 DB에서는 내가 주도적으로 헤쳐나가야 하는 역할이다. 지도자로 성장하는 과정에, 언젠가는 부딪혀봐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나같이 부족한 사람에게 언제 또 수석코치라는 영광스러운 제의가 올 지도 장담할 수 없었다"고 말하며 "너무 많은 걸 주신 전희철 감독님, 김기만 코치님 등을 배신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에 결정까지 너무 힘들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만 고민했다. 결론은 안정보다 도전을 선택하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김기만 코치도 한 코치의 이적 소식이 전해진 후 "잘 되서 가는 것이기에, 아쉽지만 축하하며 보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KBL

한 코치는 수석코치가 됐다는 경사에, 더 큰 경사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내달 4일 미모의 예비신부 윤수진씨와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한 코치는 "DB로 갈 줄 알았다면 신혼집을 원주에 구할 생각도 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신혼집은 서울이다. 모레 이사다. DB로 갈 거라는 건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다. 그만큼 갑작스러운 일이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예비신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지지하고 응원하겠다고 해줘 큰 힘이 됐다"고 말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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