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SVB CEO “파산 당시 뱅크런 ‘유례없는’ 수준···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

박준호 기자 2023. 5. 1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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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파산하며 미국 은행권과 금융시장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 전직 수장들이 급속한 기준금리 인상, 빠른 뱅크런에 책임을 돌렸다.

이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들 은행에 대해 금리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던 데 대해 당시 상황이 유례없는 수준이었다며 책임을 피하려는 모습이었다.

셰이 회장은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시그니처은행을 인수했던 결정에 대해 "지금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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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런 때 "10시간에 '초당 100만弗' 인출돼"
"미 국채 대규모 매입, 연준 저금리 탓" 주장도
지난 3월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지난 3월 파산하며 미국 은행권과 금융시장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 전직 수장들이 급속한 기준금리 인상, 빠른 뱅크런에 책임을 돌렸다. 이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들 은행에 대해 금리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던 데 대해 당시 상황이 유례없는 수준이었다며 책임을 피하려는 모습이었다.

BBC, 로이터통신 등은 15일(현지 시간) 그렉 베커 전 SVB 최고경영자(CEO), 스콧 셰이 전 시그니처은행 회장이 16일 의회 청문회 출석에 앞서 사전 질의응답으로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베커는 “파산으로 이어진 일들이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파괴적’이었으며, 직원·고객·주주에 미친 영향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사과 발언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배포된 답변서 대부분을 그들은 파산의 원인이 예상치 못하게 벌어진 상황 탓이라는 점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베커는 “이런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상상하지 못했다. 사용 가능한 옵션, 외부 전문가 조언 등을 바탕으로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셰이 역시 일련의 사건이 “매우 특별하고 전례 없었다”며 “시그니처은행은 이를 다 견딜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고 주장했다.

베커는 “어떤 은행도 당시 속도와 규모와 같이 뱅크런을 겪는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서 파산했던 실버게이트와 SVB 간 연관성을 비교했던 언론 기사가 소셜미디어를 타고 삽시간에 퍼졌다며 “실버게이트와 SVB는 상황이 달랐지만 온라인에서 소문과 오해가 빠르게 확산됐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상황을 “3월 9일 하루 동안 10시간 사이 420억달러가 인출됐다. 초당 100만달러 꼴”이라고 돌아봤다.

지난 3월 파산한 시그니처은행의 미국 뉴욕 브루클린 소재 점포 앞을 한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또한 SVB가 금리 위험을 잘 관리하지 않았다는 연준의 비판에 대해서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던 건 연준”이라고 반박했다. 2020년 초부터 이듬해 말까지 연준이 조성한 초저금리 환경 속에서 SVB도 채권을 총 2조3000억 달러 규모로 매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후 급격히 기준금리가 올라가면서 손 쓸 수가 없었다는 얘기다.

셰이 회장은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시그니처은행을 인수했던 결정에 대해 “지금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규제 당국이 시그니처은행을 폐쇄하지 않았다면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은행 사정이 어려워질 무렵 자사주를 매도했던 사실이 드러난 바 있어, 이들의 주장이 의회에서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베커는 SVB가 파산신청을 하기 11일 전 모기업인 SVB파이낸셜 주식 1만2451주를 매도했다. 그는 이를 금융당국에 보고했지만 투자자들이 많이 접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가 아닌 FDIC 공시에 이 사실이 알려진 탓에 널리 퍼지지는 못했다.

두 사람은 16일 미 상원 은행위원회 주재 청문회에 출석해 파산 당시 상황을 증언할 예정이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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