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되살아난 신한울 3·4호…'원전 대장간'도 돌아가기 시작했다
가스터빈 국산화 및 풍력·수소 에너지 개발·실증도 진행…'미래 에너지' 최전선
(창원=뉴스1) 배지윤 기자 = 거대한 쇳덩이가 1200도까지 벌겋게 달아올랐다. 1만7000톤 무게의 프레스가 망치처럼 쇳덩이를 수차례 두드렸다. 점차 검은색 연기를 뿜어내더니 둥근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국내 에너지 설비 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공장에서 프레스기(압착 장비)가 단조 소재 작업에 한창이었다.
김해공항에서 30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창원 두산에너빌리티(034020) 공장. 15일 찾은 현장은 신한울 원전 3·4호기 주(主)기기 제작 착수로 모처럼 활기를 보였다. 신한울 3·4호기는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에 따라 백지화됐다가 현 정부에서 재개된 원전 사업이다.
창원 앞 바다에 위치한 두산에너빌리티 공장의 전체 면적은 430만㎡(130만평), 축구장 660개 규모로, 여의도 1.5배에 달한다. 이곳에서 원전 주기기가 만들어진다. 원자력 공장과 주조·단조공장, 터빈·발전기공장, 풍력공장 등 대단위 생산공장과 제품 수출을 위한 자체 부두 등을 갖췄다.
이날 현장에서는 증기발생기 단조 소재 생산 작업에 돌입했다. 단조공장은 이른바 '현대판 대장간'으로 불리는 공간이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단조공장은 거대한 찜질방이나 다름없었다. 달아오른 쇳덩이는 무려 성인 남성 24만명이 동시에 누르는 프레스의 힘으로 다듬어져 번듯한 모형으로 변해갔다.
쇳덩이 다듬는 소리로 요란한 단조공장과 달리 원자력 공장은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신고리 5·6호기에 들어가는 주기기 납품을 마쳤으며 신한울 3·4 단조 소재 생산은 초기 단계여서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원자력 공장은 바쁘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신한울 3호기와 SMR(소형모듈형원자로) 제작에 관여할 인력을 하반기 충원할 예정이다.
창원 공장은 원전뿐 아니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 역량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풍력공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블레이드·허브·나셀 등 풍력 터빈의 핵심 컴포넌츠(구성품)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풍력은 원자력·수소·암모니아 등 두산이 2030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 실천을 위해 준비하는 솔루션으로 꼽힌다. 이 터빈은 2016년 경남지방을 강타한 태풍 '차바'를 견딜 수 있을 만큼 견고하게 설계됐다.
아울러 두산에너빌리티의 풍력발전기는 국내 바람의 속도와 질에 알맞게 만들어졌다. 한국 기후와 바람에 최적화된 모델인 셈이다. 현재 두산이 만든 풍력발전기 모델 가운데 가장 큰 정격 용량은 8.0MW다. 로터 직경은 205m에 달한다. 현재 실증을 완료했으며 발전기 1대당 공급전력량은 아파트 4300대에 달할 전망이다.
송치욱 두산에너빌리티 파워서비스 풍력·보일러생산 상무는 "유럽은 풍속도 좋고 바람의 품질도 좋은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풍력발전기를 개발했다"며 "수입품과 달리 발전기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보수할 수 있는 등 국내 프로젝트에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찾은 가스터빈 공장에서는 약 480개의 블레이드(발전기 날개)가 방문객을 맞이했다. 블레이드는 전력 생산을 위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핵심 자재다. 이 블레이드 1개 가격이 중형 자동차 한대 정도로 고가다. 현재 국내 설치된 159개 발전용 가스터빈 전량은 수입 제품인데, 두산에너빌리티가 이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기계공학의 꽃'으로 불리는 가스터빈은 미국(GE)·독일(지멘스) 등 일부 국가만 보유한 고도의 기술이었지만, 두산에너빌리티가 2019년 국산화에 성공하며 세계 5번째 가스터빈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상언 두산에너빌리티 파워서비스 GT센터 상무는 "화이트리스트, 천재지변 등의 상황 발생시 수입사가 기술 이전을 꺼리면 발전소가 멈추는 최악의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에너지 국산화로 에너지 안보 기반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두산에너빌리티는 오는 2027년까지 가스에서 수소 전환을 통한 수소터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 경제가 활성화되고 수소 가격이 떨어지면 완전 청정 원료 발전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국민 눈높이의 안전한 원전 건설을 위해 두산에너빌리티와 협력업체는 신한울 3·4호의 무결점 품질을 달성하는 한편 해외 수출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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