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두산에너빌리티, "신한울 3·4호기로 원전 생태계 부활"

김동현 기자 2023. 5. 16. 11: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축구장 660개 크기,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생산
'기계공학의 꽃' 발전용 가스터빈 업그레이드
풍력발전기는 2030년 100% 국산화 도전

[서울=뉴시스]두산에너빌리티는 신한울 3∙4 주기기 중 하나인 증기발생기의 초기 제작 현장을 선보였다. 자체 용광로를 통해 생산한 200t규모의 합금강을 1만7000t 프레스로 단조작업을 진행해 증기발생기 제작에 필요한 소재를 만드는 과정이다.(사진=두산에너빌리티 제공)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쇳물을 녹여 만든 버스 크기의 쇳덩이(잉곳)를 1200도까지 뜨겁게 달군다. 이후 1만7000톤 프레스가 이 잉곳을 찍어누른다. 이 힘은 성인 남성 24만명이 동시에 누르는 것이라고 한다. 이 거대한 힘으로 잉곳은 형태를 갖췄다.

지난 15일 방문한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은 신한울3·4에 사용될 주기기 중 하나인 증기 발생기 제작에 한창이었다. 현장 직원들은 자체 용광로에서 생산한 200톤 규모의 합금강을 단조 작업을 거쳐 증기 발생기 필수 소재로 만드는데 여념이 없었다.

일종의 대장간 역할을 맡은 이 단조공장에서는 프레스, 매니퓰레이터, 가열로가 분주히 움직이며 거대한 쇳덩어리를 원하는 형태로 가공했다. 이 잉곳에서는 더운 열기가 지속적으로 뿜어 나와 수십미터 밖까지 열기가 전해질 정도였다.

이처럼 더운 열기가 공장을 뒤덮었지만 단조작업을 지켜보는 두산에너빌리티 공장 직원들의 표정은 신난 듯 보였다. 신한울 3·4호 수주가 원전 산업의 부활을 알리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이런 작업을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에 따른 첫 결과물이다"며 "마음 고생하던 시절이 다 끝나고 이제 원전 생태계 부활과 창원 경제가 다시 살아나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원자로와 증기발생기, 가압기, 냉각제펌프 등을 제작하는 원자력 공장의 모습.(사진=두산에너빌리티 제공)

축구장 660개 규모로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생산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은 전체 면적이 430㎡(130만평)으로 축구장 660개 크기다. 여의도의 1.5배에 달할 정도다. 이곳에서는 소재 제작부터 완제품까지 일괄 생산이 가능한데, 단일 공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이곳에는 전기로를 통해 쇳물을 생산해 산업용 기초 소재를 만든 주단조 공정과 대형 원자력 발전소의 핵심 주기기를 제작하는 원자력공장, 터빈과 발전기를 만드는 터빈공장, 풍력발전기를 생산하는 풍력공장 등이 위치한다.

가장 먼저 방문한 원자력 공장은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개점 휴업 상태였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가압기, 냉각제펌프 등이 이곳에서 만들어지는데 탈원전 정책 탓에 일감이 없어 직원들의 분주한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이곳 직원들 표정은 밝았다. 신한울 원전 3·4호기 제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조만간 이 공장에서도 바쁘게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과 원전 수출까지 본격화될 경우 예전처럼 일감이 넘쳐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도현 공장장은 두산에너빌리티의 간판 제품인 한국 표준형 APR1400 원자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높이 14.8m, 직경 5.5m, 무게 533t에 달하는 이 제품은 크기만 큰 것이 아니라 정교함까지 갖춰야 한다.

원자로는 핵분열 반응을 일으켜 열원을 발생시키는 원전의 심장으로 불린다. 원자로를 제작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 불과하며 한국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유일한 업체다.

유해물질이 새어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두꺼운 탄소강을 사용하며 내부는 스테인레스로 가공 처리한다. 외부 철판의 두께는 최대 297㎜에 달하며, 다양한 특수용접기술을 동원해 만든다.

용접을 잘못해 작은 균열이라도 발생하면 곧바로 핵 유출로 이어질 수 있어 일관된 품질을 유지하도록 NPIIS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이 프로그램은 누가 어떤 작업을 했는지 철저히 관리하는 방식으로 품질의 보증 수표다.

용접을 마친 피스들은 열처리 과정을 거쳐 방사능 시험장으로 옮긴다. 이때 얼마나 견고하게 용접됐는지 판단하는 비파괴검사도 거친다. 1대의 원자로를 만들 때 20여차례 외부기간에 감사를 맡겨 품질체계를 관리하기도 한다.

[서울=뉴시스]원자력 발전소용 1400MW 급 초대형 증기터빈, LNG 발전소용 대형 가스터빈과 증기터빈, 원전과 LNG 발전의 대형 발전기 등을 생산하는 터빈공장의 모습. 사진은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사진=두산에너빌리티 제공)

'기계공학의 꽃' 발전용 가스터빈 업그레이드 추진

터빈공장에서는 거대한 크기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이 위엄을 드러냈다. 이곳에서는 원자력 발전소용 1400MW급 초대형 증기터빈과 LNG 발전소용 대형 가스터빈, 원전용 대형 발전기 등을 생산한다.

이중 발전소용 가스터빈은 1500도 이상에서 마하 1 이상 속도로 회전하는 기기다. 두산에너빌리티 직원들이 기계 기술의 집약체로 부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세계에서 5번째로 이곳에서 발전용 가스터빈(270MW급)을 개발했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기계공학의 꽃'으로도 불린다. 1500도 이상의 가혹한 운전조건에서 마하 1 이상의 속도로 회전하면서 지속적으로 성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한 DGT6-300H S1 모델은 출력 270MW, 복합발전효율 60% 이상의 가스터빈으로 부품 수만 4만개에 달한다. 또 가스터빈 내부에는 450개가 넘는 블레이드(날개)가 있는데 이 블레이드 1개 가격만 해도 중형차 수준이다.

이미 고품질 가스터빈을 생산할 수 있지만 두산에너빌리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업그레이드 가스터빈(380MW), 수소터빈 개발에 착수했다. 그동안 선진국 기술을 따라잡는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다.

[서울=뉴시스]환경 규제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늘어난 것을 고려해 두산에너빌리티는 풍력1공장과 풍력 2공장, 완제품 보관장 등을 갖춘 풍력 제조시설의 모습.(사진=두산에너빌리티 제공)

70%국산화 성공한 풍력발전기, 2030년 100%도전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에는 풍력 제조시설도 있다. 여러 환경 규제로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늘어난 것을 고려할 때 두산에너빌리티는 풍력1공장과 풍력2공장, 완제품 보관장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풍력발전기의 핵심 기자재인 나셀과 허브를 조립하고, 제품 성능을 점검한다.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는 주요 제품은 3MW, 3.3MW, 5.5MW, 8MW 해상풍력발전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05년부터 풍력발전기를 만들기 시작해 현재 제작 중인 한림해상풍력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98기, 347.5MW의 풍력발전기를 제작했다. 앞으로 글로벌 협력을 통해 해상풍력 발전기까지 만들 예정이다.

풍력 제조시설을 소개한 신동규 서비스설계 담당은 "두산에너빌리티는 2010년 아시아 최초로 해상풍력발전기를 개발했고 2019년 5.5MW, 2022년 8MW급 해상풍력발전기 실증을 완료했다"며 "풍력발전기 부품의 국산화율을 2030년에는 100%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두산에너빌리티는 올 1분기 연결기준 실적으로 매출액 4조400억원, 영업이익 364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31.6%, 89.7%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과거 화력발전 EPC 중심으로 원자력, 풍력으로 제품 라인을 확대하며 올해 총 예상 수주액 8조6000억원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신재생에너지 및 원전 수주액은 4조6000억원 이상이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한울 3·4호기 수주 이후 체코, 폴란드 수주가 각각 2025년, 2026년에 발생할 전망"이라며 "내년부터 원전 수주가 확대되며 본업의 성장이 본격화되는 시기는 2025년으로 판단한다"고 예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