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 조각 된 간호법에 "면허 반납"… '나이팅게일' 사라지나

정심교 기자 2023. 5. 1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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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전국의 간호사 및 간호대학생들이 국제 간호사의 날인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국제 간호사의 날 기념집회에 참석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의 대통령 공포(公布)를 촉구하고 있다. 2023.05.12.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16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함에 따라 대한간호협회를 주축으로 의료계의 혼란이 야기될 전망이다. 특히 대한간호협회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올해, 간호교육의 기초를 세운 영국의 간호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뜻을 기리며 간호법 제정을 학수고대해온 간호사들은 "간호법 제정을 공약한 윤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을 휴지 조각으로 만든 장본인"이라고 질타하며 강력 대응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로써 간호법 제정안은 폐기 수순을 밟거나, 기존의 의료법에서 간호사 처우 개선 조항을 넣는 등 의료법을 개정하는 방향, 또는 간호법 제정안을 수정하는 중재안으로 재탄생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점쳐진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향방은 오리무중인 상태다.

대한간호협회는 잠시 후 11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대응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간호협회는 간호법에 대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간호계가 사상 초유의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 협회가 지난 8~14일 등록 회원을 대상으로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참여 인원 10만5191명(14일 자정 기준) 가운데 10만3743명(98.6%)이 '적극적인 단체행동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해당 조사에선 간호사 면허증 반납 운동 참여와 간호사가 원하는 정당에 가입하는 1인 1정당 가입하기 '클린정치 캠페인' 참여에 대한 의견도 조사했다. 조사 결과 간호사 면허증 반납 운동에 참여하겠다는 의견은 64.1%(6만7408명)였다. 또 1인 1정당 가입하기 '클린정치 캠페인'에는 79.6%(8만3772명)가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간호협회는 윤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을 거부함에 따라 단체행동을 벌일 방침이다. 단 간호협회는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이 행사돼도 의사협회와 일부 보건의료단체들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파업은 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은 "대한민국 모든 간호사가 압도적으로 적극적인 단체행동을 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국민 건강권과 대한민국 보건의료 미래의 명운이 달린 간호법 제정안이 무산된 만큼 그에 따른 적극적인 단체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간호계는 "윤 대통령이 공약을 어긴 것"이라며 야당과 합공할 가능성 크다. 간호협회가 1인 1정당 가입하기를 독려하기 위해 진행하려는 '클린정치 캠페인'은 사실상 간호법 제정안을 물거품으로 만든 여당에 대해 내년 4월 총선에서 심판하겠다는 셈법이 녹아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그간 간호법을 지지하고 패스트트랙으로 국회 문턱을 넘기게 한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던지겠다는 엄포나 다름없다는 게 의료계의 시선이다.

반면 13개 단체가 뭉친 13보건복지의료연대는 '원팀'을 강조하며 간호사들에게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라고 손을 내밀 계획이다. 하지만 간호협회는 간호법 제정안 원안이 아닌 이상 협상하지 않겠다며 중재안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

한편 지난달 27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은 의료법에 포함된 간호사 관련 규정을 별도 법안으로 분리해 간호사의 법적 지위를 독자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이다. 간호사뿐 아니라 전문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 및 간호사 처우 개선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만약 간호법 제정안이 수정 후 국회 본회의에 다시 상정되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야 통과된다. 요건이 더 까다로워진 만큼 부결 가능성이 커진다. 앞서 윤 대통령이 1호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도 재의 표결에서 부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다시 상정되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야 통과된다. 요건이 더 까다로워진 만큼 부결 가능성이 커진다. 앞서 윤 대통령이 1호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도 재의 표결에서 부결된 바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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