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부실시공]지자체 자구책 있지만 처벌은?
현장 동영상 촬영도 공공만…고강도 대책 나올까
최근 건설 현장 곳곳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부실시공'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중대재해법 등으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시설물과 품질 관리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자체도 현장 감독을 강화하고 부실시공 신고 센터를 운영하는 등 안전 확보에 나섰다. 다만 적용 대상이 공공 공사 현장에 그치고, 자발적인 신고에 의존하는 등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사고반복 구조적 문제"
지난 4월29일 GS건설이 시공하는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지하 주차장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고 GS건설이 시공하는 공공분양 아파트로 국토교통부가 조사 및 점검에 나섰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사고 원인을 밝힌 뒤 관련 대책을 내놓겠다고도 예고했다. 원 장관은 지난 2일 "황당한 사고가 반복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만연해 있다는 것"이라며 "강도 높고 파격적인 예방책과 감시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고 이전에 부실시공을 막기 위한 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건설기술진흥법(건진법)에는 부실시공을 방지하고자 관련 사업계획 등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부실 정도에 따라 벌점, 벌금 등을 부과한다.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의한 처벌을 추가로 받는다.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건진법 등 부실시공을 막기 위한 법은 이미 많다"며 "굳이 문제를 꼽자면 이행력이겠지만, 대형사고의 경우 다양한 원인이 종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법·제도 미비를 원인으로 꼽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고처럼 인명피해가 없으면 처벌 강도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이 같다고 해도 인명피해 여부에 따라 처벌 강도나 피해보상 수준이 크게 달라진다"며 "아무리 시설물 붕괴에 그쳤다고 해도 잠재적 인명피해 가능성이 있으니 이번 일을 계기로 처벌이 강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자구책으론 한계…처벌강화?
이렇다 보니 각 지자체는 법 외에도 부실시공을 막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사고가 발생한 인천시를 비롯해 서울시, 경기도 등 전국 지자체 대부분이 '건설공사 부실 방지에 관한 조례'를 운영하고 있다.
부실하게 시공한 업체에 불이익을 주고, 부실시공 신고자엔 포상금을 지급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문제는 부실시공이 이뤄졌을 때 처벌 조항이 따로 없다는 점이다. 강제성이 없는 탓에 실제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
현장 촬영을 통한 감시 효과를 노리겠다는 대책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말 공공 공사의 전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건설공사 관련 기록은 사진과 도면으로만 관리돼 사고 발생 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앞으로 1년간 공사비 100억원 이상의 공공 현장에 시범 시행한다.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100억원 미만의 현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만 민간 공사는 예외다. 민간 현장 동영상 촬영을 의무화하려면 건축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도 이같은 시도에 공감하고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과 시기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결국 앞으로 정부가 내놓을 대책에 관심이 쏠린다. 처벌 위주의 제도를 정비하고,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안전한 환경 조성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최수영 실장은 "건설 현장 CCTV 등의 방법이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사생활 보호 등의 문제가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처벌 위주의 법과 감시만으로 안전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실시공은 현장 근로자뿐 아니라 현장 인근 시민, 차후에 시설물 이용자까지 다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는 걸 모든 참여자가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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