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떼 너무 많아” 학교에 고양이 보낸 아르헨 교육부
아르헨티나 교육부가 지속적인 쥐 떼 출몰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학교에 ‘고양이 파견’ 대책을 내세워 논란이 일고 있다. 교사들은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주지 못했다며 교육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14일(현지 시각) C5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많은 중고등학교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쥐 떼가 출몰하기 시작했다.
특히 피해 민원이 가장 많이 들어온 학교는 리세오 11, 레콩키스타, 라우슨 등 3개 학교였다. 이들 학교는 같은 건물을 이용하는데, 매일같이 쥐똥이 득실거리고 쥐 사체가 발견됐다고 학생 및 교사들은 전했다. 쥐약과 쥐덫 등의 방법을 활용해봤지만 효과는 미미했다고 한다.
시 교육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 9일 ‘고양이 파견’을 하기로 했다. 쥐의 천적으로 알려진 고양이를 학교에 배치해 쥐를 박멸하겠다는 취지다. 교육부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에 대해 중성화 수술 및 백신 접종을 마친 뒤 이를 학교에 보냈다.
효과는 없었다. 쥐는 전혀 줄지 않았고, 되레 늘었다. 고양이는 갑작스럽게 변한 환경에 위축돼 활동 자체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학생들을 보고 놀라 공격하면서 모두에게 피해가 가는 상황만 발생했다. 결국 며칠 지나지 않아 고양이는 학교 담장을 넘어 탈출했다.
세 학교는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교사들은 성명을 통해 “학생들의 위생과 건강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할 교육부가 이런 방식으로 쥐 문제를 해결하려는 건 장난이자 태만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작년 11월부터 몇달간 학교에 쥐가 있다고 주장해왔는데, 쥐를 없애기 위해 찾은 해결책이 고작 검은 고양이를 데려오는 거냐”고 했다.
동물학대 논란도 불거졌다. 단지 쥐를 잡겠다고 고양이를 학생들이 가득한 곳에 밀어넣은 것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또 고양이가 매번 쥐를 잡아먹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이를 관리할 대책을 하나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교사들은 성명에서 “고양이도 살아있는 생명”이라며 “교육부가 즉시 위생 등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또 “고양이는 결코 학교 같은 조건에서 살 수 없다. 이번 조치는 법에 의거, 동물학대로 인정될 만한 근거가 충분하다”고도 했다.
다만 시 교육부는 현재까지 교사들의 항의에도 별 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또 쥐 박멸을 위한 추가적인 대책도 마련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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