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에 마약 제공·투약하게 한 일당 9명 적발

여고생에 투약 모습 보여주며 권유
지역 클럽 마약 유통 판매상도 포함

대구지검이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주사기와 마약. 대구지검 제공

미성년자 등에게 마약을 판매하거나 직접 투약한 마약사범 9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검 강력부는 여고생에게 마약을 제공 및 투약하게 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마약사범 9명(8명 구속)을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마약을 판매하고 직접 투약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경찰은 A양(18)에 대해 마약투약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넘겼다. A양은 지난해 5월쯤 마약사범 B씨(45)의 승용차에서 마약을 1차례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양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양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포렌식을 벌여 통화내역 등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마약사범들이 A양에게 마약을 제공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이후 추가 수사과정에서 A양에게 마약을 넘긴 마약사범 C씨(25)와 그 동거인(마약투약 혐의)이 적발됐다. 피고인 C씨는 A양에게 마약 투약 모습을 보여주며 투약을 권유했다. A양은 지인을 통해 C씨를 알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홍완희 대구지검 강력부장이 16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또 C씨는 마약판매상 D씨(24)를 A양에게 소개시켜주기도 했다. D씨는 대구지역 클럽 등지에 마약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판매상으로 확인됐다. D씨는 A양에게 수차례 마약을 판매했다.

검찰은 이 사건이 마약 판매 조직과 연관돼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사건의 윗선을 밝히기 위해 대구경찰청 및 대구 수성경찰서와 수사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수사실무협의회를 열었다. 수사팀은 D씨에게 마약을 넘긴 또 다른 판매상과 마약을 투약한 일당 등을 무더기로 적발해 구속했다.

A양은 아르바이트 등으로 번 돈을 마약 구매에 사용하는 등 중독에 빠졌다. A양은 마약사범들이 다른 지역에 마약을 넘기기 위해 운반수단으로 쓰인 차량에 함께 타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여고생이 마약사범의 요구를 거부하지는 못했지만, 구체적인 경위나 행적은 밝힐 수 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적발된 마약사범들이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제공한 만큼, 징역 5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적용될 수 있는 법조항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적발된 마약사범들이 유통한 마약 분량은 100g 미만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청소년의 단순 마약 투약사건을 추가 수사해 지역의 주요 마약판매상 등 유통사범을 모두 검거할 수 있었다”면서 “(마약 사건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큰 만큼, 청소년에게 마약을 공급한 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