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건강에서 약물치료의 한계[지정현의 치아 건강이 100세 건강]

기자 2023. 5. 1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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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에서도 약 한 번만 먹고 치료가 다 되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 환자를 만나면 “저도 그러면 정말 좋겠어요”라고 대답합니다. 어떤 치아에 우식증이 있으니 A라는 약을 처방하고, 잇몸염증이 있으니 B라는 약을 처방해서 치료가 다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기구(치아를 삭제하는 핸드피스나 스케일러)에서 나는 엄청난 소음을 들어야 하고, 또 침과 기구에서 나오는 물이 입 안에 고이며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죽을 것만 같은 공포가 환자를 힘들게 합니다. 마취주사를 맞을 때의 공포, 마취가 돼서 먹먹한 상태의 마비된 느낌, 치료 시 통증에 대한 공포에다 치아가 갈리면서 나는 냄새와 느낌 등…. 입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바로 내 눈앞에서, 내 코 밑에서, 내 귀 옆에서 극심한 자극을 줍니다.

그러다 보니 치과에 가는 것을 꺼리게 되고, 어쩌다 치과에서 치료를 받더라도 ‘한 번에 간단하게’를 요구하게 됩니다. 잇몸에서 피가 나고 붓고 아픈데도 광고에 나오는 약을 믿으면서 ‘이 약만 먹으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위로하며 치과를 멀리하게 됩니다. 치통이 심한 경우에도 진통제로 버티다 어느 순간 통증이 덜해지면 괜찮다고 방치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프다가 어느 순간 통증이 사라지는 것은 치통을 느끼는 치수의 신경조직이 죽어서 잠시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광고에 많이 나오는 유명한 잇몸 약들은 치료제가 아니라 보조치료제입니다. 치료를 보조하기 위한 약으로 치료를 병행하지 않고서는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항염효과가 있다는 식물성 스테롤이나 리소자임 염산염 등과 항산화 효과가 있는 비타민A·C·E 등이 첨가된 이런 약들을 저는 환자들에게 “건강식품이라고 생각하고 드시라”고 합니다. 그 약만 먹고도 염증이 없어지고 좋아졌다고 생각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잇몸염증이란 개인의 면역력에 따라서 심해졌다가 좋아졌다가를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몸이 건강해지고 항염효과가 있는 건강식품의 섭취가 도움이 돼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원인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증상이 개선됐다면 피곤해서 면역력이 약해지면 다시 증상이 나빠지고 염증이 진행됩니다. 잇몸의 염증은 치아 뿌리를 둘러싸고 있는 잇몸뼈(치조골)를 녹이게 되고 한번 녹은 잇몸뼈는 쉽게 재생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치과공포증에도 불구하고 치과에 가서 원인을 제거해야 합니다. 약이나 치약만으로 제거되는 치석은 없습니다.

치약은 쉽게 말해서 연마제와 세제가 합해져서 칫솔질을 할 때 거품이 나게 하고 치아에 붙은 치면세균막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어떤 연마제를 쓰느냐, 어떤 세제를 쓰느냐, 또 불소함유량이 얼마큼이냐, 그 외 어떤 성분이 첨가돼 있느냐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따라서 연마제나 계면활성제의 종류나 잇몸 건강에 좋은 무슨 천연물질이 함유돼 있다고 하는 것은 본인의 취향과 형편에 맞게 선택하시면 됩니다.

다만 연마제가 많이 들어가면 치아가 잘 닦이는 대신에 시린 증상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린 이에 효과가 있는 전용 치약들은 연마제가 적게 들어가 있습니다. 또 미백효과가 있다고 하는 치약에는 과산화수소가 들어가 있습니다. 치아에 있는 미세한 구멍들에 끼어 있는 색소들을 과산화수소로 녹여내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치아가 많이 파여 있거나 시린 증상이 있는 분들은 시린 증상을 더 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요즘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치약도 불소가 1000PPM 이상 함유돼 있는 치약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충치가 너무 잘 생기는 아이들과 환자들에게 ‘어떤 치약을 사서 쓰라’고 알려줬는데 이제는 국내에서도 불소 1000PPM 이상 1450PPM까지 함유된 치약이 시판되고 있습니다. 너무 어린아이들(만 3세 미만)은 치약을 삼키기 때문에 1000PPM 이상의 불소치약을 쌀알만큼, 만 3~6세는 완두콩만큼 사용할 것을 권합니다. 아침 공복 시 사용하는 불소치약의 불소는 몸에 많이 흡수되니 그것이 걱정된다면 공복에 양치를 할 때는 고농도 불소치약은 피하고 자기 전에는 꼭 고농도 불소치약을 쓰시길 권합니다.

불소는 충치를 예방합니다. 아주 초기의 충치에서는 더 이상 충치가 진행되지 않게 하기도 합니다. 충치 치료를 하기 애매한 경우에 정기적으로 불소도포를 하면서 지켜보기도 합니다. 또한 치아를 단단하게 하기 때문에 시린 증상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잇몸 약을 먹고 불소도포를 해도 치과에서만 치료가 가능한 것들이 있습니다. 무섭고 두려워도 일이 커지기 전에 치과에서 진단받고 치료받는 것이 덜 힘들고 경제적입니다.


■지정현은 누구?

지정현은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치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의 외래교수로 재임하고 있으며,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죽전 스마트치과에서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죽전 스마트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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