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교육서 멀어져가는 대한민국 [더 나은 세계, SDGs]
유네스코(UNESCO)가 지난달 14일 발간한 보고서 ‘국가들은 지속가능발전목표 4번을 감당할 수 있을까’(Can countries afford their national SDG 4 benchmarks?)에 따르면 앞으로 전 세계에서 교육 불평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970억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 돈으로 129조원을 훌쩍 넘는 막대한 자금이 든다는 얘기다.
유네스코 소속 기관인 글로벌 교육 모니터링(Global Education Monitoring·GEM)에서 발간한 이 보고서는 세계은행(World Bank)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정책 자문을 위해 작성된 것으로, 유엔과 각국이 공동 설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 4번인 ‘양질의 교육’을 오는 2030년까지 달성할 수 있을지 살펴보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양질의 교육 달성이 전반적으로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됐는데, 다른 유엔 회원국들과 비교했을 때 2025년 벤치마크와 2030년 벤치마크를 금방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를 봐도 한국은 교육 강국으로 꼽힌다. 25~34세의 절반 이상이 중등(중학교와 고교) 교육을 받은 14개 회원국 중 하나이고, 동 세대 중 중등 교육을 받지 못한 인구는 약 2%에 불과해 OECD 평균인 14%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특성화 고교 졸업 연령 역시 OECD 평균인 22세보다 낮은 18세로, 전체적으로 높은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실제 한국의 우수한 체계와 높은 수준의 교육이 양질의 일자리까지 이어지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나온다.
OECD에 따르면 38개 회원국 내 25~34세의 평균 고용률은 고등 교육 이상을 받은 이가 초등 교육을 받은 사람보다 약 26% 높았고, 중등 교육까지 받은 사람보다 약 8% 높았다. 이에 비해 한국의 2021년 고용률을 살펴보면 고등 교육 이상을 받은 25~34세가 초등 교육을 받은 이보다 약 12% 더 고용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등 교육 이수자에 비해서도 약 13%만 더 고용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의 높은 교육 수준이 더 많은 일자리 연결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유네스코가 발간한 ‘문답으로 풀어보는 SDG 4–교육 2030’ 안내서에 따르면 SDG 4번의 세부 목표 4.4(위 사진)는 ‘양질의 교육은 모든 청년과 성인에게 양질의 일자리와 삶에 필요한 적절한 지식, 기능, 능력을 제공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명시함으로써 결국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려는 목적은 ‘양질의 일자리와 지속가능한 삶’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과열된 교육 환경은 고용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경쟁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교육 성취도에서 비롯한 생산성 격차와 노동시장의 이중성은 한국의 젊은이들, 부모들, 그리고 사회 전반에 큰 비용으로 부과되고 있다. 특히 고등 교육을 필수로 여기는 한국 사회에서는 대기업과 같은 사회적으로 매력적인 직장을 중점적으로 추구하는 탓에 정규 교육과정이 끝나도 그 이후에 실질적인 취업과 결혼 등으로까지 이어지는 데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 추가 비용이 투자된다.
한국이 높은 교육 수준과 달리 양질의 일자리 및 삶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이유로는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사회 전반의 문화가 우선 꼽힌다. 양질의 교육과 고등 교육을 구별하지 못하는 시장의 폐해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놀라운 기술의 발전, 자연 자원의 부족, 기후변화 위기 등 다음 세대가 맞이할 미래는 보편화한 고등 교육과 과열된 입시문화, 대기업만 추구하는 가치관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사회 전체가 동일한 하나의 목표만 추구하는 교육이 아닌, 다양한 환경에서 각자가 적응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방향으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다. 또 그러한 시스템으로 확장해야 국제사회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양질의 교육’에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다.
*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 지위 기구 및 유엔환경계획 옵서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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